경기 광주에 '주성엔지니어링' 이라는 회사가 있다. 반도체-태양광설비를 만드는 중견 기업으로, 벤처1세대 중 대표적 성공사례에 꼽힌다. 돈 벌면 우선 근사한 사옥으로 바꾸거나 계열사 늘리기 대신, 연구개발에 돈 많이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 황철주사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제 격"이라며 중소기업청장에 임명했었다. 주식백
지신탁문제로 취임도 하기 전 황 사장이 자진 사퇴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 정부 첫 요직 인사 중 "신선하다"는 평을 들은 드문 케이스였다. 이 회사 공장 외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기본을 지키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1등이 됩니다". 기본과 행복!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불철주야 근로집중" 같은 전투형 격문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참신하다 못해 신기하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한다. "그건 기본이고~". 기본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깔려있다. 짜증스레 하는 말 중에 이런 것도 있다. "(도대체) 기본이 안돼있어", "제발 기본만 해라"…. 그 '기본'이 무시돼서 얼마나 많은 불편과 비효율, 갈등과 재앙이 초래되는지는 굳이 부연하지 않겠다. 각자가 기본을 다 하면, 아니 기본'만' 다 하면 갈등과 대립은 상당 부분 없어진다. 기본이란, 되면 좋고 안되면 천천히 해도 되는 '돌잡이 첫걸음마' 같은 게 아니다. 가정이나 사회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늘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요소다.
문제는 기본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쇠고기 한 근= 600g' 처럼 어느 선 도달 여부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와 국가를 올바르게 작동시키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인류는 수 천년 동안 고민해왔다. 상식과 규범, 합리성 등을 모태로 그 기준을 증보했고, 상식과 법률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공적으로 부여해 '구성원 사회화'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기본'의 다른 이름은 상식과 법률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상식을 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이 아닌, 정상적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 지식 이해력 판단력 및 사리 분별.'
"당신은 대한민국경찰인가, 광주경찰인가?", "당신 마음 속 대통령은 누구인가?" 지난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장에서 나온 말들이다. 탈북자 출신 새누리당 조명철의원과 김태흠의원은 반민족적ㆍ헌법파괴적ㆍ반통합적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마음 속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 권은희 증인(송파서 수사과장)은 "의원님 질문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십자가 밟기'와 같은 질문입니다"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당의 김진태의원은 국회에서 국정원댓글사건 담당 진재선 검사의 과거 학생운동경력을 거론하며, "국정원 조직적 선거개입. 경찰은 축소은폐"라는 검찰수사결과를 마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인 양 깍아내렸다. 김 의원은 초임 검사 시절의 진 검사를 가르친 부장검사였다. 선ㆍ후배 위계와 의리가 철두철미하다는 검찰에서, 선배가 제 손으로 가르친 후배를 색깔론으로 깔아뭉개며 정치적 입지강화에 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진 검사가 호남 출신임을 부각시키며 수사결과와 연관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었는데, 여당 의원들은 반통합적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합은 선거용 구호에 불과했다는 걸 불과 반 년 만에 공언하는 건가? 조명철의원의 '광주경찰' 발언에 시민들은 "대한민국 의원이냐, 평양 의원이냐?"고 항의하며 의원직박탈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조사장에서 범죄피의자이기도 한 주요 증인들을 경쟁적으로 변호했다. 필자는 비판의 필요성 조차 못 느낀다. 국민의 대표로서 '기본'이 안 됐다는 지적은 그들에게 너무나 사치스럽기 때문이다. 기업으로 치자면 새누리당은 중소기업도 못되는 수준이다. 그런 수준의 정당을 기반으로 국가를 경영해 나가야 하는 박 대통령이 딱하다.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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