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군사 공격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심만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유엔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신중론을 버린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국가안보팀과 군사 대응을 논의한 뒤 내놓은 첫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에서 공격 대상 리스트가 회람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이어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히면서 정상들이 공통된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지역사령관과 함께 이날 요르단에서 영국, 프랑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 군 수뇌부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심 시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낳는 움직임들이다.
하지만 군사조치가 시간만 남았다는 영국ㆍ이스라엘 언론과 달리 미국 언론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정보를 평가하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면 대응법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군사공격 방법과 시점은
군사 조치를 취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피해 유엔 동의 없이 감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미사일을 이용해 화학무기 시설과 통신시설 등을 제한적으로 공습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NYT는 국방부가 수개월 전 마련한 시리아 공격 리스트에 화학무기 보관소 2곳과 광범위한 군사 시설 및 정부 건물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작전을 선택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면 지중해에 배치된 구축함 4척이 목표 지점을 향해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금지 구역 설정, 반군 무기 지원 확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군사적 타격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군의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공격 시점은 이번 주초, 미국 의회가 개원하는 9월 초 또는 2, 3주 후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3국이 이르면 이번 주 초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고 이스라엘 언론 데브카는 "뎀프시 의장이 10개국 군 수뇌부와 회의 후 백악관에 동맹국 준비 상황 등을 보고한 다음인 향후 2, 3주 안에 군사 개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전쟁? 신중론 여전
로이터ㆍ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60%가 군사 개입에 반대했듯 미국에서는 신중론은 여전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내전 종결 이후 시리아 재건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민주당 소속 잭 리드 의원은 미국 단독이 아닌 국제사회가 함께 하는 대응 방안을 요구했다. 이런 조심스런 입장은 또다른 전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알 아사드 축출 이후 시리아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격을 받은 시리아가 화약고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시리아 측은 미군의 공격이 중동에 불덩어리를 만들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서방이 공격할 경우 시리아는 이스라엘, 요르단, 터키에 미사일 공격을 하고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알 아사드 보호를 위한 긴급대응병력이 흑해와 남부 코카서스 지역 기지에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공습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알 아사드 대통령은 26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거나 침공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서방과 반군의 주장에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면서 "어느 나라가 자국 군대가 집중된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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