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판과 결단력 부족으로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AP통신은 26일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던 야심 찬 시도도 흔들리고 있고,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활동이 폭로되며 서유럽 우방국들까지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우선 이집트와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정세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력 부족을 문제 삼았다. 2009년 1기 미 행정부 출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아랍 국가들을 방문하며 '새출발'을 약속했지만 2011년 민주화 요구 시위 이후 다음 단계 조치를 확신하지 못하거나 어정쩡한 개입으로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정부가 수십년간 재정 지원한 이집트 군부는 미국의 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유혈 진압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화학무기 사용은 금지선(red line)을 넘는 것이라 경고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다마스쿠스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쟁점사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과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판단을 유보해온 점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외교에서도 비현실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통해 핵 감축 합의 등 일부 진전을 이뤄냈지만 이를 지나치게 과대 평가해 러시아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가안보 분석가 마이클 오헨은 "관계 개선을 나타내는 몇 가지 청신호만으로 수십 년에 걸친 양국 간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감시체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임시 망명을 러시아가 허용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예정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양국 간 관계는 다시 경색되고 있다.
AP통신은 또 NSA의 정보수집 활동이 폭로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등 서유럽 우방국들에서의 전반적인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24일자 칼럼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동 지역 정세에 긴급하게 개입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 모든 상황을 알지만 말할 수 없을 뿐이다. '귓속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외교가 불만족스럽겠지만 이는 현재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하는 것"이라며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옹호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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