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50)씨는 2009년 1월 무릎이 시큰거려 경남 양산의 J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병원 문을 나서던 김씨에게 50대 남성이 다가와 속삭였다. "보험 몇 개나 드셨어요? 이 병원 원장님이 쉽게 보험금을 타게 해줄 수 있는데." 김씨와 병원장 김모(49)씨의 '은밀한 거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들의 보험 사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진단을 위해 무릎 관절 내시경을 받거나 간단한 처치를 받고는 복잡한 수술을 했다며 허위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냈다. 병원장 김씨는 2011년 2월 경남 김해에 J병원을 열면서 허위 진단서로 환자 김씨를 아예 입원시키기도 했다. 환자 김씨는 이 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 온 환자 10여명을 만나 '금반지계'라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부산ㆍ경남지역 병원 10곳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 총 70억여원을 타낸 환자 110명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11개 보험사에서 1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최모(52)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험금 수령액이 비교적 적은 10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병원장 김씨 외에 다른 병원 원장들의 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범행을 저지른 김해 J병원은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 의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들이 무려 1,100여건의 수술을 해(한국일보 2월 27일자 보도) 물의를 빚은 곳이다. 병원장 김씨는 이 때 간호조무사 등과 함께 구속됐다.
경찰은 이 병원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억원의 보험급여를 부당하게 받아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이 함께 범행에 가담하거나 제주도, 강원도에서 원정을 온 환자도 있다"면서 "병원장 김씨는 지난해 9월 병원이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에도 환자들에게 '안심해도 된다'며 계속 범행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병원장 김씨는 보건소 6급 공무원 안모(54)씨에게 300만원을 주고 허위 서류를 발급받아 김해 J병원에서 50병상을 늘리고, 환자 이름을 도용해 처방 받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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