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토요일 오후 7시 전북 전주한옥마을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 연일 내리던 비도 15주 연속 매진 기록을 보이고 있는 마당극'천하맹인이 눈을 뜬다'공연이 시작하기 1시간 전 그쳤다.'ㄷ 자형'한옥 건물 3동 가운데 자리잡은 놀이마당에서는 가족 연인 등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람객 250여명이 서로 좋은 자리를 잡으려 분주하다.
관객들은 공연장 한 켠에 놓인 잔치음식이 나열된 곳을 오가며 약밥과 떡, 전, 수육 김치 등 10여가지 가져다 허기진 배를 채웠다. 여기에 구수한 막걸리를 한 사발 곁들이 절로 흥이 난다. 어른들을 따라 나선 어린이들도 식혜와 과일을 즐겼다.
40여분 동안 자유롭게 잔치음식을 즐긴 관객들이 빈그릇을 한 곳에 모으는 동안 공연 무대가 준비가 한창이다. 이 틈을 타 공연장 입구에서 대기하는 입석 관람객 20여명이 입장한다.
공연 시작 10분전. 조연출이 등장해 관람객의 흥을 돋군다. 가장 먼 곳에서 온 관람객과 가장 나이 드신 분, 추임새(얼시구, 잘한다, 좋다)를 제일 잘 따라 하는 관객에게 선물로 입장권을 나눠준다. 이날 84세 할머니를 모시고 부산에서 온 가족이 선물을 받았고, 일본과 미국 등에서 온 외국인들의 추임새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가 터진다.
풍물패 등장과 출연진 10여명이 나와 관객과 함께하는 율동과 소리 등으로 창극 막은 올랐다. 관객들은 70분 공연 내내 국내 최고의 명창, 오디션을 통과한 젊은 소리꾼의 끼와 판소리, 비보이 공연 등을 보며 맘껏 웃을 수 있다.
특히 15회 연속 매진을 달성한 창극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옥 창문틀을 배경을 펼쳐지는 그림자 영상에서 눈을 뜨는 심봉사와 심청의 애절한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은 금새 눈물을 보인다.
관객들은 공연 장면을 카메라와 휴대폰을 이용해 촬영이 가능하고 공연이 끝나면 출연진과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심청가'중 황성맹인잔치를 중심으로 해악과 예술성을 조화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티켓(2만5,000원)1장으로 3가지의 즐거움이 누릴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창극은 15주째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우선 공연 전 오후 5시부터 한옥마을에 각종 시설에서 부채,풍물, 다도, 막걸리 내리기, 한지수첩 만들기 등 7개 전통문화체험을 무료로 즐기며 효소와 차를 마실 수 있다.
이어 전통음식을 맛본 뒤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온 정미정(39ㆍ여)씨는"전주한옥마을 관광도 즐기고, 초등학교 자녀들의 문화체험 숙제도 가능해 너무 좋았다"며"명창들과 함께 즐기는 창극 공연으로 한 여름 무더위를 날려 버렸다"고 즐거워했다.
이 공연을 주관한 전주문화재단 송은정 문화사업팀장은"창극은 1,000년 역사의 전통을 간직한 전주한옥마을 마당에서 벌어진 '판'으로 가장 전주다운 문화상품이다"며"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느낄거리 등이 있는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시도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지난해 첫 선을 보인 춘양가 중'변사도 생일잔치'작품도 관객 점유율 96%를 기록했으며 이번 공연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며"전주한옥마을로 떠나는 하룻밤 소리여행으로 자신있게 추천한다"고 덧붙었다.
한편 전주한옥마을 창극 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열리며, 입장료는 전통문화체험과 잔치음식 제공을 포함해 성인 2만5,000원이다. 전북도민과 청소년, 60세 이상은 20~50% 할인되고 미취학 아동은 무료다. 문의(063)283-0223.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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