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의 전격 사퇴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설만 분분하다. 청와대나 감사원은 물론 양 원장까지 사의 배경을 두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감사원의 4대강 감사를 둘러 싼 '정치감사'논란이 주된 사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들쭉날쭉한 감사결과는 올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부담을 느끼고 사퇴를 결심했다는 분석이다.
4대강 감사 결과를 둘러싼 내부 논란도 사퇴 배경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임명된 김영호 사무총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 원장과 갈등을 겪었고 심지어 4대강 감사 결과를 김 총장이 주도하면서 양 원장은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는 말까지 감사원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와의 인사갈등 끝에 양 원장이 사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사퇴한 김인철 전 감사위원 후임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가 장훈 중앙대 교수를 밀었지만 양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장 교수의 정치성향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청와대는 인사갈등설을 일축하며 도리어 "양 원장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불쾌해 하고 있다. '감사위원의 인선 문제라면 인사권자가 지명한 인사로 하는 게 당연하다'며 사퇴의 핑계거리로 삼은 게 아니냐는 게 청와대의 의심이다. 더욱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의 수장인 양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유임전화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자신만만해 했던 과거 행적으로 보면 인사갈등에 따른 사퇴 자체가 양 원장의 이중적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양 원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도 갖은 추론이 나온다. 특히 '정권 2인자'로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체제 출범 직후라는 점에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물갈이가 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허태열 전 실장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반발에 막혀 물갈이에 실패한 반면, 김 실장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고위직에 대한 물갈이를 적극적이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감사원은 26일 양 원장에 대한 이임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양 원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감사원은 당분간 성용락 감사위원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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