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글린 데이비스 6자회담 수석대표가 내달 한중일 3국을 연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미 정부 고위인사들의 잇단 방문은 최근 일련의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비핵화 해법을 찾으려는 사전조치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대화모드로 바뀐 상황에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북핵 로드맵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셀 차관보가 이달 초 취임한 만큼 이번 방문은 동북아 3국에 대한 취임 인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미 정부가 데이비스 대표까지 보낸 것은 국면전환 기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일 미국과의 국방장관회담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재촉한 바 있다. 여기에는 지난 5월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북한의 고삐를 확실히 잡았다는 자신감도 묻어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어느 시점에 비핵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지가 관심이다. 이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비춰 최근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가할 지에 좌우된다.
남북은 이달 들어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데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로 대화 의제를 확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남북간의 3대 의제에서 성과를 내는 점을 감안해 남북 대화 테이블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대신 6자회담이나 한미중 전략대화와 같은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다루려는 입장이다. 당면한 남북간 현안에 집중하면서 비핵화 문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려는 구상이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을 향해 비핵화와 관련한 성의 있는 조치를 거듭 강조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ㆍ미ㆍ중 3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접근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난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남북대화가 좀더 속도를 내면 껄끄러운 비핵화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쯤에서 한미 양국이 중간점검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셀 차관보와 데이비스 대표의 이번 방문이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소식통은 "6자회담은 재개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대화의 문은 쉽게 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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