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 간 성폭행, 해외 봉사활동 중 마사지업소 출입 등 파문을 일으킨 육군사관학교에서 이번엔 생도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군 검찰에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율을 재검토하는 등 육사 교육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육군에 따르면 육사 4학년 조모(22)씨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중학교 3학년 A(16)양과 지난 13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약속한 화대를 주지 않은 채 B양의 휴대전화까지 훔쳐 달아났고, B양은 사건 당일 경찰에 휴대전화 도난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달 22일 조씨를 붙잡아 군 검찰에 넘겼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매매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퇴교 조치 이후 형사처벌을 받게 될 예정이다.
육사는 이달 31일로 예정된 생도 하계휴가 복귀 날짜를 이틀 앞당기고, 교내 훈육관과 훈육장교 20명을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또 복귀 후 열흘을 '생도 정신문화 혁신 주간'으로 정해 분위기를 쇄신할 방침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태국의 6ㆍ25전쟁 참전 용사촌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던 3학년 생도 9명이 취침시간에 숙소를 무단이탈해 주점과 마사지업소를 출입했다가 적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5월 축제 때는 4학년 남자 생도가 술에 취한 2학년 여자 생도를 생활관에서 성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고급장교 양성의 요람인 육사에서 범죄와 일탈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신과 분노를 드러냈다. 학군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박종혁(32)씨는 "건강한 의식이 정립되지 않은 이들이 장교로 임용된 뒤 병사를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성폭행 사고 후 구성된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TF)'가 26일 사관생도 일탈행위 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육군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음주 허용기준을 낮추는 등 규율을 완화한 부작용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기강을 더욱 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밖에서는 규율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생도들의 일탈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자친구와 성관계한 생도에게 퇴교 처분을 내린 육사의 조치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성 군기 위반 사고의 경우에는 오히려 규율이 시대에 뒤처진 점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생도들의 사고방식은 많이 바뀌었는데 제도는 여전히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윤민재 연세대 연구교수(사회학)도 "여성이 육사에 입학하는 등 시대가 바뀐 만큼 민간전문가와 생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3금 제도부터 시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며 "강한 군기 강요, 일방적인 통제 같은 기존의 교육방침은 더 큰 일탈행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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