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본인이 아닌 승객의 동료가 택시비를 대신 내줬다는 이유로 거스름돈 반환을 거부한 택시기사가 과태료 부과에 항의해 정식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회사원 A씨는 지난해 5월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신 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술에 취한 A씨 대신 회사 동료가 택시기사 B(55)씨에게 택시비 1만원을 건네며 "A씨를 여의도역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A씨는 미터기에 요금이 3,200원으로 찍힌 것을 확인하고 B씨에게 거스름돈 6,800원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B씨는 "나는 당신을 여의도역까지 태워주기로 당신의 동료와 여객운송 계약을 맺은 것이므로, 계약 당사자가 아닌 당신에게 거스름돈을 돌려 줄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A씨는 B씨가 부당 요금을 받았다며 구청에 신고, B씨는 과태료 20만원을 부과받았다. 법원은 과태료가 부당하다며 B씨가 낸 이의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액수를 10만원까지 줄여줬지만, B씨는 그래도 억울하다며 법원 결정에 항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부(수석부장 서태환)는 B씨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동료가 B씨에게 A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것은 A씨와 친분 때문에 호의로 B씨에게 승객의 의사를 대신 전달한 것일 뿐, 자신이 여객운송 계약의 당사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얻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의 논리대로라면, 동료가 B씨에게 준 돈의 액수보다 실제 요금이 더 많이 나올 경우 초과요금은 A씨가 아닌 동료에게만 청구할 수 있는데 이는 동료의 진정한 의사라고 볼 수 없으며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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