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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개발 앞당기려면 기술보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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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개발 앞당기려면 기술보다 돈?

입력
2013.08.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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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로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타진해본 최종 결과가 다음 달쯤 나올 예정이다. 기술진과 관련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조기 발사에 대해 적잖은 과학자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조기 발사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사실 기술보다는 돈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2년 앞당기려면 5,441억원 가량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능시험계획 변경 불가피

핵심 기술을 러시아에서 들여온 첫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와 달리 한국형 발사체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다. 2010년에 이미 개발이 시작됐고, 당초 계획대로라면 총 예산은 1조5,449억원, 최종 발사 목표 시기는 2021년이다.

박 대통령의 조기 발사 공약에 따라 정부는 이 계획을 어떻게 조정하는 게 적절한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검토를 요청했다. 이윤빈 KISTEP 공공기술조사팀장은 "기술적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단축 가능기간이 어느 정도이고, 그 일정을 준수하려면 실제로 예산 증액이 얼마 필요한지를 내ㆍ외 전문가들과 분석 중"이라며 "9월 안에 최종 결과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사업단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앞당기기로 확정한다해도 발사체 자체의 설계나 제작 일정은 당초 계획에서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며 "주로 변경되는 것은 제작 후의 성능 시험 과정과 발사체 주변 하드웨어 제작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도 바로 여기라는 것이다.

우주발사체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만드는 데다 워낙 정교한 기계인 만큼 어느 나라에서든 최종 발사 전 부분별로 수십~수백 번의 성능 시험을 한다. 나로호 개발 당시엔 발사체 핵심 부분(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이 같은 시험도 러시아에서 모두 이뤄졌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 때문에 성능 시험을 위한 각종 설비부터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은석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엔진팀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험설비 준공기간을 단축하고 시험 횟수를 줄이는 등 (성능 시험의) 효율을 높이는 게 조기 발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험 횟수 감소가 실패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이 팀장은 "현재 시험 횟수 관련 기준은 외국에서도 대부분 20~30년 전 데이터를 쓰고 있다"며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거의 문제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수의 성능 시험을 여러 설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이 팀장은 "당초 계획했던 설비 규모의 10~20% 정도를 더 구축하면 조기 발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사에 필요한 하드웨어도 나로호 때와 달리 많은 부분을 새롭게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발사대는 나로호에 맞춰 만들었던 것이다. 나로호보다 훨씬 규모가 큰 한국형 발사체는 별도의 발사대가 있어야 한다. 발사를 앞당기려면 발사대를 비롯해 연료탱크, 산소통 등 발사체와 주변 하드웨어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장비나 부품 등을 서둘러 구매해둬야 한다.

국내 기업 참여 확대돼야

현재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두 종류(7톤, 75톤) 엔진의 설계도는 마련돼 있다. 7톤 엔진은 설계를 바탕으로 부품 제작도 시작됐다. 그런데 핵심은 75톤 엔진이다. 당초 계획은 2018년까지 75톤 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시험 발사를 해본 뒤 한국형 발사체를 최종 완성하는 것이다. 한국형발사체사업단은 조기 발사를 고려해 75톤 엔진의 시험 발사 시기를 2017년으로 조정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술진이 직접 개발해본 최대 엔진 규모는 30톤이다. 30톤의 무게를 실어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형 발사체는 이보다 2배 이상인 대형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한국형 발사체 1단 로켓에는 75톤 엔진 4기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대형 엔진을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개의 중형 엔진을 모아 큰 추력을 내는 이른바 '다발형(클러스터) 엔진' 방식을 택했다. 75톤 개발도, 다발형 방식 시도도 모두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 개발에 참여했던 일부 기업들이 한국형 발사체 개발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형발사체사업단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는 발사 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발사체 관련 시장이 얼마나 형성될 것인지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우주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한국형 발사체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사실이다.

특히 나로호 개발 때 발사체 총 조립과 엔진 조립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역할을 맡았던 대한항공의 참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해 사업단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사업단 관계자는 "엔진 조립은 대신 지난해부터 삼성테크윈과 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라며 "나로호 개발 경험을 했던 기업들이 한국형 발사체에 참여하지 않으면 잠시 혼선이 있을 순 있겠지만 새로운 기업들이 관심을 속속 보이고 있어 전체적인 개발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사업단과 정식 계약을 맺고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70~80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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