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스런 이상 기온으로 과일 작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농민과 소비자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25일 충북도와 세종시 등에 따르면 복숭아 포도 대추 사과 감 등 거의 모든 과일이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준데다 품질까지 떨어져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100년 재배 기술을 자랑하는 세종시 조치원복숭아의 경우 올해 수확량은 예년보다 20% 줄어든 2,000톤을 채우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벌써부터 농가들은 전국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최고급 복숭아 산지로 유명한 충북 음성지역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금까지 출하된 복숭아는 2,024톤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3,740톤에 비해 44%나 급감했다.
복숭아 작황이 나쁜 것은 지난봄 갑작스런 한파로 동사한 나무가 많은데다 7월부터 한 달여 동안 잦은 비가 내리면서 열매가 제대로 영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성지역의 경우 한파 때문에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40%인 462㏊가 동사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포도 주산지인 충북 옥천·영동 농가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 탓에 포도가 생장을 멈추면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확마저 지연되면서 23일 뉴질랜드로 포도 10톤을 수출하기로 했던 이 지역 포도작목반은 선적 일정을 더 늦추기로 했다.
대추도 개화기 궂은 날씨로 피해를 입고 해충까지 번지면서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의 60~70%선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아직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감과 사과 역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감 주산지인 옥천과 영동은 전체 감나무 가운데 20%가 올봄 한파로 동사했고, 충주 사과는 이번 무더위로 생장이 더뎌진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과일의 작황 부진은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벌써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터다.
최근 영동 포도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5㎏ 들이 한 상자에 2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보다 25%(5,000원)나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 상품은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음성 복숭아는 14개 들이 특품(4.5㎏ 기준) 도매가격이 4만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시세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걱정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올해는 초봄 한파에 개화기 궂은 날씨, 성숙기 폭염까지 이상 기온이 내내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과수에 피해를 입혔다"며 "본격적인 과수 출하가 시작되더라도 절대적인 출하량 감소 때문에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형권기자 yhk@hk.co.kr
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