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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가 상봉' 얻고 규모ㆍ장소 모두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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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가 상봉' 얻고 규모ㆍ장소 모두 양보

입력
2013.08.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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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결과는 정부의 기대치를 다소 밑돈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면상봉 규모(각각 100명)와 장소(금강산) 모두 북한의 제안을 따른 꼴이 됐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선제적 제안 등 남측이 주도권을 쥔 협상 과정 치곤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협상은 한 차례 전체회의와 4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이어가며 오후 9시가 돼서야 끝날 정도로 막판 조율을 거듭해 남북이 상봉규모 확대 등 진전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당초 정부는 상봉 규모는 최소 200명, 장소는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을 염두에 뒀으나, 사실 장소 문제보다 규모 확대에 집중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생존 이산가족 신청자 7만2,000여명 중 70세 이상이 전체의 80%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점을 감안, 대규모 상봉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앞서 "가급적 많은 인원이 조속하게 상봉하는 것이 목표"라며 "상봉 장소는 금강산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오전 회의에서도 남측 대표단은 "북측이 상봉규모 확대에 동의할 경우 장소는 양보할 수 있다"며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실무접촉 합의서에는 "남북이 11월 안에 상봉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할 것을 협의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명시됐을 뿐이다.

거꾸로 북한은 두 마리 토끼(규모와 장소)를 잡은 셈이 됐다.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이산가족 실무접촉 뒤로 미루는 '일보 후퇴'를 선택할 만큼 경제적 반대 급부를 얻을 수 있는 관광 재개에 매달려 왔다. 때문에 인도주의의 상징인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다시 한 번 금강산에서 열린다면 2008년 이후 5년 동안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차후 열릴 관광재개 실무회담까지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상봉 규모를 과거처럼 100명으로 제한해 대규모 상봉에 따른 부담을 더는 효과도 봤다.

이와 별도로 우리 대표단이 포괄적 의제로 제시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생사ㆍ주소 확인 ▦서신교환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사여부 확인 등도 전혀 관철되지 않았다. 한 때 이산가족 상봉 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아니었던 납북자ㆍ국군포로 해결 문제 탓에 합의문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관례대로 상봉 인원 100명의 10% 정도가 국군포로 혹은 납북자 이산가족에 할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소득으로 꼽힌다. 특히 상봉 준비기간에만 한 달 반 이상 걸린 전례를 감안할 때, 실무 접촉 후 한 달 만(9월25~30일)에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그 만큼 양측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시급성을 공감하고 해결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금강산관광도 자연스럽게 재개되는, 남북관계의 본격적인 선순환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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