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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는 한배"… '분규 사업장' 꼬리표 뗀 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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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는 한배"… '분규 사업장' 꼬리표 뗀 만도

입력
2013.08.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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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노조설립 이후 단 두 해를 빼곤 매년 파업이 벌어지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분규 없이 임금교섭을 마무리했다. 지금 같아선 '만성 노사분규 사업장'의 꼬리표도 떼어낼 분위기다.

23일 만도에 따르면 이 회사 노동조합은 전날 2,138명의 조합원 가운데 1,954명이 투표에 참여해 71.1%의 찬성으로 올해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인상을 전적으로 위임했고, 회사는 격려금 320만원을 포함한 730만원과 성과급 150% 지급, 기본급 3.7% 인상, 고용안정 보장으로 화답했다.

지난 26년 동안 2008~2009년을 제외하곤 연례행사처럼 노사분규를 겪었던 이 회사에 대체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김광헌 만도 노사협력센터장은 "회사 없는 직원 없고, 직원 없는 회사 없다는 상생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며 "정도경영, 투명경영 등을 처방한 회사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이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사실 더 대단하다"고 노조를 추켜세웠다.

만도는 자동차의 ABS 시스템, 전자조향장치(EPS), 쇽업소버 등을 생산해 국내 완성차업체는 물론 BMW 폴크스바겐 GM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글로벌 부품기업. 하지만 이 회사의 노사관계는 이런 위상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교섭 시즌만 되면 파업하고 놀고,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을 따돌림 당하던 게 과거 모습이었다"며 "회사의 노무지휘권도 망가질 대로 망가져 '만도'가 아니라 찜통에서 불어터진 '만두'라는 비유가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실 이전 만도의 노조 지도부는 직원 복지보다는 정치파업에 더 치중했다는 게 만도 직원들의 고백. 한 직원은 "사원 임금이나 복지보다 국가의 정책을 이슈로 삼았고 노조가 깃발을 들면 우리는 무조건 따라야 했다"며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이런 대립적 노사관계에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환란 이후 경영난으로 매각한 알루미늄 금형업체 계열사 깁스의 재인수를 놓고 노사가 벌인 갈등은 대표적 사례. 회사가 "사업방향을 ABS, EPS 등 자동차의 첨단 전자부품으로 잡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며 인수를 거부하자, 노조는 "깁스를 인수를 하지 않으면 깁스 인수로 피해를 보는 것 이상의 피해를 안기겠다"고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식의 파업은 일반 노조원들을 호응을 받을 수 없었고, 복수노조 허용 이후 지난해 7월 ▦고용안정 ▦정치투쟁 결별 ▦사회공헌활동 등을 내세운 새 노조가 출범하면서 노사 관계는 급반전했다. 황옥두 노조 사무국장은 "회사의 안정과 발전이 곧 전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발전이라는 점에서 결국 노사의 목표는 다를 수 없다"며 "이 같은 기조를 세우자 전체 직원 2237명 중 약 96%에 이르는 2,138명이 가입, 제1의 대표노동조합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로 현장의 산업재해마저 절반 이상 줄었다. 만도 관계자는 "그 만큼 직원들의 근로의욕은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자연스럽게 개선돼 올 상반기 매출 2조8,207억원, 영업이익 1,73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6%, 12.4% 각각 늘어난 수치다.

김광헌 센터장은 "대부분의 갈등 치유는 많이 가진 쪽이, 힘이 더 센 쪽이 한발 물러서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성과는 노조가 일군 것"이라며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더 많은 연말 보상으로 연결 지어 노조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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