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업계 처음으로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인 밴(VANㆍ부가가치통신망)사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을 통해 신용판매내역을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밴 업체들은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피해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카드는 이달 초 밴 업계 1위인 한국정보통신(KICC)에 12일부터 소액결제건수가 많은 8,000여곳의 가맹점에 한해 카드결제 매입 대행을 중단하고 해당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가맹점이 신용판매내역을 밴사에 전송하면 밴사에서 카드사로 매입하던 기존 방식 대신 가맹점 신용판매내역을 카드사가 직접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행해 카드 단말기를 관리하고, 카드 승인 및 매출전표 매입 업무를 맡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승인 업무는 그대로 KICC에 맡기는 대신 매출전표 매입 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밴 수수료는 건당 70~120원이고, 이중 매입 업무와 관련한 수수료는 건당 20~60원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 수수료율을 낮췄지만 밴 수수료는 인하되지 않았다"며 "카드사가 가맹점과 직접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카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밴 업계는 "매입 수수료는 밴 대리점들의 주 수입원"이라며 "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영세한 밴 대리점들은 어쩔 수 없이 카드 단말기 관리비용 등을 가맹점에 다시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매입 업무를 직접 맡겠다고 나선 것이 카드사들과 밴사업자들 간 수수료 전쟁 개시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카드사들은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급증하면서 결제금액이 아닌 건당 결제되는 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7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가량 줄었다. KB국민카드도 올 초 밴사의 매입 업무를 전격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밴 업계의 반발로 철회했다.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현대카드가 매입업무 관련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현대카드 가맹점 신청서 접수 거부, 카드승인 거부 운동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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