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3월20일 오전 8시쯤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를 비롯한 도쿄 중심부 지하철역에 일대 혼란이 몰아쳤다. 복수 노선의 5개 전동차에서 거의 동시에 독가스가 발생했다. 신흥종교집단인 옴진리교가 자행한 이 무차별 테러로 13명이 숨지고 5,55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비롯한 핵심 관련자 13명이 사형 판결을 받아 17년 만에 사건이 종결됐다. 연수를 마치고 특파원 사무실에 출근한 첫날의 일이라 아직 어제 같다.
▲ 당시 사린(Sarin)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순수한 사린(C4H10FO2P)은 무색ㆍ무취의 액체지만 기화가 쉬워 독가스로도 쓰이며, 그 독성은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의 500배에 이른다. 용제나 화장품 재료로 흔히 쓰이는 이소프로필알코올과 이소프로필아민 혼합물을 독성물질인 이불화메틸인과 합성시켜 만든다. 특별히 고순도가 아니라면 대학 실험실에서도 제조가 가능하다. 옴진리교가 조악한 시설로 합성에 성공, 무차별 테러에 사용한 것은 저농도였다.
▲ 사린은 1938년 강력한 살충제 개발에 땀 흘리던 두 독일 과학자에 의해 합성됐다. 이듬해 합성 기술이 독일군에 보고됐고, 앞서 1936년 초보적 신경작용제인 타분(Tabun)을 개발한 독일군 연구팀은 곧바로 사린 합성에 성공했다. 신경작용제로서의 사린은 흔히 GB로 불린다. G는 독일, B는 GA인 타분에 이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1944년에 개발된 소만(Soman)은 GD다. G계열의 신경작용제 개발은 나중에 V계열로 이어졌다.
▲ 애초에 사린의 탄생이 살충제 연구개발의 우연한 결과였듯, 사린의 작용 메커니즘도 유기인(有機燐)계 살충제와 닮았다. 액체든 가스든 사린은 피부 노출만으로도 마치 살충제를 뒤집어쓴 해충처럼 급격한 호흡 곤란과 경련, 신경마비와 근육수축 등을 거쳐 사망에 이른다. 시리아 내전에서 사린가스가 살포된 듯하다는 외신이 잇따른다. 현재의 추정대로 시리아 정부의 짓이라면 유엔협약 위반에 앞서 국민을 마치 해충처럼 여기는 정권의 부도덕성에 치가 떨린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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