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여 있는 정국이 '대선 불복' 논란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민주당이 22일 3ㆍ15 부정선거를 거론한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자, 새누리당이 정색을 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 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3ㆍ15 부정선거를 연관지은 데 대해 "의도적인 대선 불복 행위"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불법 대선 개입의 수혜자가 박 대통령이라며 책임지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 논란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힘에 따라 대치 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의 물밑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간 단독회동이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까지 포함한 3자 회동이든 청와대의 결심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인 상황에서 대선 불복 논란이 확산될 경우 청와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전날 야당 특위 위원들이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서한 전달에 실패하자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내는 정도로만 대응한 채 확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이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자 '도가 지나치다'는 판단에 따라 엄중 경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핵심당직자는 "아직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상대방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면 대화 자체가 어렵지 않겠냐"고 경고했다.
앞서 국조특위 야당측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같은 당 김현,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4ㆍ19 혁명을 촉발시킨 1960년 3ㆍ15 부정선거를 거론하며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 본인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침묵을 깨고 말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반발에 대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는 얘기도 못하게 한다면 이는 유신시대 긴급조치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천 대표는 "지금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에 불복한다면 국민은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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