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아시아와 신흥국의 외환위기 발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유로의 위기 심화 가능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건스탠리의 유럽 여신 전략 책임자 앤드루 쉬트는 21일 "연준의 출구 전략에 따른 유로 위기의 파급 효과를 살피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연준의 출구 전략에만 시선을 보내면서 유로 위기 가능성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아직도 불안한 정국과 신용도 하락, 외환보유고 부족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은 왕가의 부패 추문, 이탈리아는 정치 혼란 등을 겪으며 신용도 하락에 직면해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에 가장 낮은 단계의 투자 등급과 함께 신용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피치는 정크본드보다 두 단계 위인 BBB등급을 부여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린 상태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인 그리스에 2015년 이후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0일 함부르크 인근 아렌부르크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그리스를 위한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외신은 이를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에 지금과 같은 고율의 이자를 물도록 해서는 안되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연금 삭감 등의 긴축을 조건으로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14년까지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돼있다.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얼마가 필요할지 말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 발언으로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유럽 전역의 위기감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남유럽 국가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 유럽 경제의 순항을 낙관할 수 없다.
JP모건의 분석가 대니얼 라미는 "지금 시장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자금 이탈에 따른 신흥국 위기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며 "그 동안의 저금리 후유증으로 인해 유럽의 여신이 와해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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