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받은 부당 급여 반납각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2일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R사의 전 대표이사 주모(44)씨를 상대로 낸 각서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가 피의자나 참고인으로부터 변제각서를 받아 고소인 또는 피해자에게 교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수사기관이 개인 간의 민사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쉽사리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예보의 요청으로 중수부가 관련자들로부터 각서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파산 전 회사가 검사 등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각서 작성 장소가 대검 중수부 사무실로 주씨는 부당 수령 급여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껴 검사의 각서 작성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사에 대표 명의를 빌려주고 1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던 주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 조사실에서 급여를 은행에 반환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주씨를 상대로 각서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는 부산저축은행을 대신해 각서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주씨 외에도 같은 취지로 각서를 쓴 부산저축은행 관련 명의대여자 20여명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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