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회사들이 '맛 없는 맥주'오명 씻기에 나섰다. '밍밍하고 싱겁다'는 평가 속에 수입산 맥주가 빠르게 내수 시장을 잠식하자, 국내 대형 맥주사들은 지금까지 만들지 않았던 새로운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5일 국내 대형맥주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에일'맥주인 '퀸즈에일'(Queen's Ale)을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맥주는 효모를 맥주통 위 아래 중 어디에서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에일맥주와 라거맥주로 나뉜다. 맥주통 위쪽에서 고온(섭씨 18~25도)으로 발효시킨 것이 에일맥주로 도수가 높고, 맛은 무거우면서 걸쭉하다.
에일맥주는 전 세계 맥주시장에서 약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 대형맥주사들은 라거 맥주만을 만들어왔다. 중소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 및 하우스맥주(술집에서 자체 시설로 만든 맥주)에서만 일부 에일 맥주를 생산해왔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진하고 무거운 맛을 선호하는 맥주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에일 맥주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 흑맥주의 대명사격인 아일랜드의 기네스, 골프장과 고급식당을 중심으로 두터운 애호가 층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산 에딩거, 그리고 벨기에산 호가든 등 등 에일맥주들이 국내에서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사들도 가볍고 약한 라거 맥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하고 무거운 에일 맥주를 통해 수입산과 정면승부를 선택하게 됐다.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은 하이트진로가 세계 최고 수준인 맥주연구소 덴마크 알렉시아와 기술제휴를 체결하고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연갈색의 페일에일 맥주다. 100% 보리(맥아)를 원료로 3단계에 걸친 아로마 호프 추가공법인 '트리플 호핑 프로세스'를 적용, 페일에일 특유의 과실향을 살렸다. 또 탱크에서 갓 뽑은 듯한 신선한 에일을 즐길 수 있도록 비열처리공법을 적용했다.
출고가격은 맥아의 맛과 홉의 향이 균형감을 이룬 블론드 타입은 1,900원(330㎖·병), 홉의 함량을 높여 쌉싸름한 맛을 살린 엑스트라비터 타입은 2,100원으로 기존 수입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퀸즈에일은 국내 소비자들이 에일맥주를 더욱 신선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수입맥주와 품질경쟁에서 국내 주류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비맥주도 연내 에일맥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오비맥주는 에일맥주인 '호가든'을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해외 여행이 늘면서 수입맥주를 접한 고객들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원하고 있어, 에일맥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소규모 맥주제조자가 만든 하우스맥주를 제조장 외부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에일맥주 시장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맥주제조자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중소맥주사들의 시장 진입이 활성화 할 것"이라며 "대형 제조사들도 에일맥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거 일변도인 국내 맥주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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