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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당 기율위 진술 번복 "뇌물 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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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당 기율위 진술 번복 "뇌물 안 받았다"

입력
2013.08.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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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재판에서 뇌물 수수 등 검찰의 기소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뇌물로 받은 달러와 인민폐를 넣어 둔 금고가 있었다는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진술에는 "웃기고 가소롭다"며 반박했고, 증인으로 나온 쉬밍(徐明) 다롄스더(實德)그룹 회장에 대해선 "내 친구가 아니라 구카이라이의 친구"라고 주장했다.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4인방의 재판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내 장칭(江靑)이 끝까지 무죄를 내세웠듯 보 전 서기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세기의 재판'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보 전 서기는 22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쉬 회장에게서 2,000만위안(약 18억)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완전한 허구"라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쉬 회장이 구카이라이 및 아들 보과과(薄瓜瓜)와 친하다는 것을 알지만 2,000만위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보 전 서기는 탕샤오린(唐肖林) 다롄(大連)국제발전공사 총경리로부터 세차례에 걸쳐 111만위안(약 2억원)의 뇌물을 받지 않았느냐는 심문에도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 당시 이를 시인한 것은 내 뜻과 다른 것"이라고 번복했다. 검찰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는 탕 총경리의 녹화 테이프를 증거로 내밀자 보 전 서기는 "영혼을 팔아버린 한 개인의 추태"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남편과 나만이 열 수 있는 금고가 있었으며 거기에서 8만달러, 5만달러, 수십만 위안을 수시로 꺼내 썼다"는 구카이라이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하자 "정말 웃기고 가소롭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이 바빠 구카이라이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 전 서기의 이 같은 태도는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모든 일을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을 뿐"이라며 "법관들이 공정하게 심판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공평과 정의의 느낌을 준다"고 재판장을 평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혐의를 입증할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 전 서기는 1996∼2006년 다롄시 시장, 랴오닝(遼寧)성 성장, 상무부장(장관)으로 재직하며 탕 총경리와 쉬 회장에게 특혜를 주고 이들로부터 2,179만위안(약 40억원)의 금품을 받았다. 보 전 서기는 또 정부의 공사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500만위안(약 9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직권 남용 혐의에 대해선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건과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반역 도주 이후 일련의 직권 남용을 저질렀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시 인민중급법원의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문자로 실시간 중계됐다. 법원은 오전 8시9분 보 전 서기의 재판이 오전 8시30분 열린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종일 문자로 재판 상황을 알렸다. 속기록 내용을 그대로 올려 보 전 서기는 물론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을 여과 없이 전했다. 법원은 보 전 서기가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좌우에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피고인석에 서 있는 사진 등도 공개했다. 보 전 서기는 수갑도 차지 않았고 자리에 앉아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재판의 공개는 혁명 원로의 아들로 당 중앙정치국 위원(25명)까지 오른 보 전 서기도 엄정한 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선전, 새 지도부의 부정부패 척결에 예외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보 전 서기 지지자 수십명이 마오쩌둥 초상화를 들고 "보시라이 만세" 등을 외쳤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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