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K리그 챔피언 FC 서울이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의 텃세에도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서울은 2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킹 압둘 아지즈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지난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알 아흘리와 1-1로 비겼다.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둔 서울은 다음달 1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승리하거나 0-0으로 비기면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다.
최악의 조건
서울이 경기를 치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지 시간 21일 오후 9시 열리는 경기를 위해 선수단 버스가 제다의 숙소를 출발한 시간은 오후 5시40분. 경찰 에스코트 문제로 얘기가 길어지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발했다.
서울 선수들은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메카 시내를 통과할 수 없어 메카 도심의 동북부에 있는 경기장을 가기 위해 차는 시의 북쪽 외곽을 빙글빙글 돌았다. 도로에선 알 아흘리 팬들이 경적을 울리며 추격했고, 난폭한 차들이 선수단 버스의 진로를 가로막기도 했다.
110분의 고생 끝에 도착한 경기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관중석에서는 폭죽이 터졌고 연막탄까지 피워 경기장은 온통 화약 냄새로 진동했다. 2만5,000여명의 관중은 야유를 퍼부으며 서울 선수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값진 무승부와 부상 투혼
서울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원정에서 1골을 넣고 비기면서 홈에서 치르게 될 2차전에서 힘을 얻게 됐다.
서울은 전반 10분선제 골을 뽑아냈다. 차두리가 스로인한 공을 이어 받은 고요한이 골라인 근처까지 몰고 간 뒤 데얀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했고, 데얀은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갈랐다.
홈에서 선제골을 내준 알 아흘리는 만회 골을 넣기 위해 서울을 강하게 압박했다. 서울은 후반 36분 술탄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경기를 마쳤다.
서울은 이번 원정에서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특히 미드필더 하대성과 골키퍼 김용대의 부상 투혼이 돋보였다.
지난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왼발을 다친 하대성은 통증을 참고 풀 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15일 대전전에서 눈두덩이 부상을 당한 김용대는 연이은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아쉬움은 있지만 힘든 원정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아직 90분이 더 남았다"면서 "홈에서, 홈 팬들 앞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고 8강 2차전을 기약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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