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척추 수술을 네 번이나 받으셨어요. 그런데도 낫기는커녕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죠. 유명하다는 병원은 다 찾아갔지만 치료 못해주겠다는 답만 들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허리가 계속 굽어서 하늘 보고 자보는 게 어머니 소원이셨어요."
류희순(71) 할머니의 아들 김현태씨는 그때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 수소문 끝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다행히 일어나셨기에 망정이지 또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척추관협착증과 함께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었던 류 할머니는 이제 똑바로 서서 걷는다. 반듯이 누울 수 있고 통증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병원 측은 "의학적으로 드문 성공 사례"라고 밝혔다.
류 할머니의 허리 통증은 고질병이었다. 오랫동안 참고만 지내다 3년여 전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했지만 차도가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결국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그 뒤이 병원 저 병원에서 세 번이나 더 수술을 했지만 오히려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초기에 했던 수술 일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씨는 "통증 때문에 어머니가 매일 울다시피 지내셨고, 밤에는 개구리처럼 몸을 구부려야 간신히 눈을 붙이셨다"며 "다른 병원에서 잘못한 수술이라 손쓸 수가 없다는 의사들의 말에 더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병원들이 류 할머니의 수술을 곤란해한 또 다른 이유는 파킨슨병 때문이다. 몸이 경직되거나 떨리며 거동이 부자연스러워지는 파킨슨병 환자는 척추 수술을 받으면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 후 파킨슨병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허리가 굽은 상태로 아예 굳어져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조대진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5~15%에서 허리가 굽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척추 질환을 앓는 파킨슨병의 치료법은 국내외에서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류 할머니의 허리가 심하게 굽은 원인이 척추 질환 자체인지 수술 실패 후유증인지 파킨슨병의 영향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술을 한다 해도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조 교수는 "등이 심하게 구부러졌지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개를 들고 걸으려 애쓰는 등 환자의 치료 의지가 매우 강해 보여 고민 끝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수술은 쉽지 않았다. S자로 굽어 있어야 하는 척추가 아예 평평하게 펴져 있었다. 이런 상태에선 할머니가 똑바로 서지 못했던 게 당연했다. 조 교수는 요추(허리 부분의 척추) 일부를 제거해 굴곡을 만들어준 다음 통증을 일으키는 눌린 신경을 찾아내 눌려 있던 부분을 풀어줬다. 또 이전 수술들에서 척추를 고정시키기 위해 박아두었던 나사 대부분이 헐거워진 상태라 아예 다 제거하고 새 나사를 제대로 튼실하게 박아 넣었다. 7시간 가까이 진행된 고난도 수술이었다.
수술 후 약 2개월 간 입원하면서 류 할머니의 허리와 다리 통증은 점차 사라져갔다. 똑바로 서서 걸었고, 걸음걸이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하늘을 보고 누운 채 편안하게 낮잠도 즐기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할머니가 진료실에 처음 오셨을 땐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무표정한 '가면양 얼굴(masked face)'이 종종 보였는데, 수술 후엔 자주 미소를 지으셨고, 점점 말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아들 김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우리 어머니처럼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른들을 많이 만났다"며 "어려운 수술을 위해 애써준 의료진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근 고령 인구가 늘면서 척추질환과 파킨슨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조 교수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이 협진해 류 할머니 사례처럼 복합적인 중추신경계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법을 상세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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