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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23일] 진짜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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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23일] 진짜 장애

입력
2013.08.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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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과 시각 장애를 가진 헬렌 켈러가 막 숲 속에 산책을 다녀온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산책길에서 무엇을 보았니?" 그러자 친구는 대답한다. "뭐 특별한 건 못 봤어." 그 말을 듣고 헬렌 켈러는 생각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 어떻게 숲 속에 특별한 것이 없을 수 있지? 그러면서 헬렌 켈러는 실제로 앞을 못 보는 사람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풀과 나뭇잎, 혹은 벌레의 움직임 같은 생명의 작은 작용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장애를 가진 이가 세상에 대해 드물게 갖는 경이로운 호기심과 비장애인이 대체적으로 갖는 무신경하고 몰개성적인 태도를 말해주는 특별한 에피소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삐딱한 건지는 모르지만 꼭 그렇게만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 친구의 입장은 왜 의도적으로 무시되는지. 산책을 하는 동안 그 친구는 뭔가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에 골몰해서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그 산책길이 이미 여러 번 다녀본 길이어서 특별하다고 느낄 만한 것이 없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그냥 짜증이 나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간의 진짜 장애는 감각의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중심에 놓는 것, 중심에 놓지 않고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진짜 위험하고 심각한 장애일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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