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 때 2, 4가 좋은 응수여서 백이 하변 흑돌을 잡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는 형세를 만회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목진석이 얼른 5로 어깨 짚어 19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백진을 삭감해서 흑의 우세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이상헌이 중대 결단을 내렸다. 모양은 좀 이상하지만 22가 최강의 저항이다. 보통 때라면 21 때 당연히 백A로 늘어야 하지만 지금 그런 식으로 점잖게 두다간 도저히 형세를 만회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든 왼쪽 흑돌을 차단해서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후의 실전 진행이 다. 1부터 8까지 외길 수순을 거쳐서 일단 흑돌이 끊겼다. 다음에 12가 필살의 일격이다. 1로 포위하는 건 안에서 쉽게 살아 버리므로 일단 집 모양부터 없앤 것이다. 막상 상대가 이렇게 세게 나오면 흑도 은근히 겁난다. 아무리 큰 대마라도 두 집을 못 만들면 죽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바둑이 좀 밋밋했는데 막판에 갑자기 재미있게 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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