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로 촉발된 중동지역의 새로운 헤게모니를 싸고 주변 국가들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 지원'까지 공언하며 이집트 군부가 이끄는 과도 정부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터키는 이스라엘을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 또한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하는 등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 중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집트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파이살 왕자는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원조를 끊거나 위협하고 있는 국가에 전하겠다"며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들은 부유하기 때문에 이집트를 원조하는데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적극적인 개입 정책은 카타르, 터키 등과의 대립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특히 아랍권에서의 발언권을 높이려는 터키의 경우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는 최근 이집트 군부가 유혈 사태를 일으키자 이집트 주재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터키는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까지 갈등 구조에 끌어들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0일 국영TV 연설에서 "이집트 사태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2011년 이스라엘 법무장관이 프랑스 유대인 학자를 만난 자리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권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논평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라고 반박했다.
카타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자 터키와 공동 전선을 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집트 원조를 중단하거나 원조를 늦추는 방안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원조 전반에 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내 친(親) 유대계 로비단체인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미 의원들과 만나 이집트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보도했다. AIPAC가 연 13억달러 규모인 미국의 이집트 군사지원이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IPAC는 이집트 군부를 공개적으로 지원할 경우 나타날 역풍을 우려해 철저하게 막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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