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 전기요금 체계 전면 개편을 앞두고 여당이 현행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를 3단계로 대폭 축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올 초부터 누진 구간을 3~5단계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터라, 2004년 이후 9년간 지속돼 온 '6단계 누진제'는 조만간 대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잘못 건드려 서민 전기료 부담이 늘어날 경우 또 한번의 '증세 파동'이 나올 수도 있어 묘수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에너지특위는 21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 ▦연료비 연동제 시행 ▦수요관리형 전기요금 제도(계절별ㆍ시간별 차등요금제) 지속적 확대ㆍ개선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3단계 축소 및 누진율 완화 등의 개선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진제 부분. 나머지 대책부분은 기본 방향 정도만 언급한 데다 기존 정부 방침과도 특별히 다를 게 없는 반면, 누진제 부분은 '3단계 축소'로 못을 박은 것은 물론 조정 방식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은 전기를 적게 쓰는 1~2단계(200㎾h 이하) 구간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대다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구간(200~600㎾h)은 단일 요율을 적용, 누진제 적용에 따른 과도한 부담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해당 구간에 전체 가구의 62%가 속해 있는 데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70%가 150~400㎾h 구간에 분포돼 현행 누진제의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대신, 900㎾h를 초과하는 전력 다소비 가구에 대해선 요금을 더 많이 부담토록 요율을 적용하자고 덧붙였다.
관심의 초점은 누진제 축소에 따른 서민 부담 증가 여부다. 일반적으로는 누진제 단계와 배율을 축소하면 전기를 적게 쓰는 취약계층이나 1~2인 가구의 부담이 커진다는 게 정설이다. 예를 들어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부)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3단계 축소 시 월 50㎾h만 쓰는 가정의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3,000원 가량 늘어나지만, 월 601㎾h를 사용한 가정은 5만5,000원 가량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누진제 축소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소비가 늘어난 현 세태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저소득 가구라도 전력사용 구간이 점점 1단계에서 2~4단계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제도를 바꿔야만 서민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의 논리도 여기에 해당한다.
때문에 산업부가 서민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쪽으로 누진제를 손질하는 '묘수'를 찾아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자칫하다간 근로소득층의 세부담 논란이 불거져 원점으로 돌아간 세제개편안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관계부처와 협의도 거쳐야 하고 여론수렴 절차도 필요하다"며 "새누리당 개편안도 잘 검토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부는 일단 3~4단계 축소 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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