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로 정해진 이래 15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논의가 공론화하고 있다. 5년마다 보험료율 조정을 위해 구성되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위원장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다수 위원이 인상을 지지하고 있지만 세제개편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실감한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위원회는 2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상시기에 대해서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보험료를 최대한 빨리 인상하자"는 인상안과 "인상은 2040년대 중반 이후 검토하자"는 보류안을 복수안으로 내놨다.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다수 위원이 인상안을 주장했지만, 반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5년마다 꾸려지는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 연령, 소득대체율(소득에 대한 연금지급액 비율) 등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로, 보건복지부는 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위원회는 2003년에도 보험료율 인상을 권고하고 이에 따라 정부도 국회에 보험료 인상안을 제출했으나 국회는 대신 연금액을 줄여 70%였던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췄다. 국민연금이 출범한 1988년에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으나 1993년 6%로, 1998년에는 9%로 올랐다.
위원회가 인상 시기와 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인상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보험료율을 2018년까지 13~14%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보험료는 현재보다 44~56% 더 오른다. 인상안을 지지한 윤석명 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2060년에는 기금이 바닥나, 연금을 지급하려면 그 해 보험료율을 21%로 인상하거나 조세로 충당해야 한다"며 "사회보험인 국민연금까지 후세대에게 세금으로 메우라고 한다면 이는 현 세대의 이기심이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류안을 지지한 주은선 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지금 보험료를 올리면 현 세대의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불어난 적립금이 금융시장만 살찌울 것"이라며 "적립금을 수천조씩 쌓아 리스크를 높이기보다는 이를 연구개발ㆍ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후세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인상안을 제출하더라도 국회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재정확대를 위한 세제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을 확인한 정치권이 50~60년 뒤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찬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정부안 작성에 위원회의 권고를 참고하겠지만, 보험료를 인상하기에는 지금은 여러가지로 상황이 힘들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역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9%인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현재 417조 가량인 국민연금기금은 2043년 2,561조까지 불어나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 2060년 적자로 돌아선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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