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가 또 멈춰 섰다. 지난주 사상 최악의 여름철 전력난을 겨우 넘기자마자, 원전이 또다시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여전히 전력수급이 빠듯한 상태에서 이 같은 발전소 가동중단이 재발할 경우, 2년 전 9ㆍ15 대정전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9월 전력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빛(옛 영광)원전 6호기(설비용량 100만㎾급)가 이날 오후 2시44분 갑작스런 고장으로 돌발 정지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 1대가 정지해 원자로도 자동으로 가동을 중단했다"며 "상세 원인을 계속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재가동 시점에 대해 한수원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00만㎾의 전력 공급이 갑자기 끊겨버리면서 예비전력도 350만㎾ 밑으로 떨어졌고, 전력당국은 오후 3시28분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전력경보 2단계인 관심 경보 발령은 6월 5일과 지난 9일에 이어 올 여름 들어서 세 번째다. 전력당국은 절전규제(280만㎾)와 산업체 조업조정(135만㎾), 전압조정(73만㎾), 석탄화력발전 최대출력(47만㎾) 등의 비상수급조치를 총동원해 더 이상의 전력상황 악화를 막았다.
한빛 6호기의 정상적 재가동은 아무리 빨라도 나흘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장 부분을 바로 복구하더라도 재가동 승인을 받아 최대 출력을 낼 때까지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고장일 경우 가동정지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어, 지난주와 비슷한 심각한 전력위험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전국 원전 23기 중 가동 중단된 것은 한빛 6호기를 포함해 총 6기로, 설비용량 기준 25.4%(2,071만㎾ 중 526만6,000㎾)가 발전 중단 상태에 있다. 고리 1호기와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호기가 계획예방정비나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 등으로 인해 멈춰 서 있고,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 여부 심사 중이다.
여기에 화력발전소들도 내달 중 무더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전력공급은 매우 빠듯한 상황이다. 원전공백을 메우기 위해 화력발전을 쉼 없이 가동하다 보니 피로누적에 따른 고장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상태다.
당국과 업계는 전국을 암흑으로 몰고 갈 뻔했던 2011년의 정전대란도 전력피크가 지난 9월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전력고비인 8월이 지나 상당수 발전소가 정비에 들어간 상태에서, 반짝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폭증하자 무방비상태로 정전사태가 벌어진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아선 8월 피크보다 긴장이 느슨해지는 9월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