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을지훈련 첫날인 지난 19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갖고 안보태세를 강조한 데 대해 "남조선 당국의 도발행위를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20일 위협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에서 '연례적인 훈련'의 미명하에 대규모의 북침전쟁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C)' 전쟁훈련이 개시된 것과 때를 같이해 남조선 당국자는 청와대 지하의 전쟁지휘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라는 것을 벌려놓고 반공화국 대결과 북침전쟁 태세를 고취하는 놀음을 벌렸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UFC에 대해 침묵을 지키다 나온 첫 반응으로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과 함께 자신들이 제안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과거 한미 훈련 당시 군사적 대응조치 등을 언급하며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이던 것과는 달리 비난 수위를 조절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평통 담화는 청와대 '지하벙커'을지 국무회의에서 했던 박 대통령의 안보태세 확립 발언을 비난했지만 원칙적인 입장 표명 정도에 그쳤고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남조선 당국자'라고 지칭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자주, 평화, 친선은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대외정책이념'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전쟁 직후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을지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북한의 절제된 대응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등으로 모처럼 이뤄진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 담화에 대해 "북한은 비난과 비방중상을 중단하고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 발전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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