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지난 6개월간 노동정책은 '평가할 정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합법화 기대를 저버렸고 위상 강화를 약속했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개점휴업' 상태이며, 산적한 노사관계 현안에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고용 전문가지만 노사관계에는 경험이 전혀 없는 방하남 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노사관계가 소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고용부는 2009년부터 합법 노조 지위를 박탈당한 전공노에 설립신고 필증을 내주기로 협의했지만 지난 2일 갑자기 단서조항을 문제 삼으며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전공노 총회에 심재철 최고위원을 대리 참석시켜 "공무원의 지위 향상과 근무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원한데다, 고용부와 수 차례 협의를 통해 문제가 된 규약을 개정했기 때문에 전공노는 합법화를 확신했던 터였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택했던 노동자들은 아무 소득 없이 내려왔다. 쌍용차 국정조사 및 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던 한상균(52)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은 농성 171일 만인 지난 5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현대차 해고노동자 최병승(38)씨 등은 296일만인 지난 7일 철탑을 내려왔다. 재능교육 노조원들은 20일 20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정부는 중재 노력은커녕 '노사 자율 해결'이라는 공허만 원칙만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던 노사정위는 아직도 '식물 위원회'다. 현재 노사정ㆍ공익위원으로 구성된 본회의에 청년ㆍ여성ㆍ중소기업ㆍ시민단체 대표 등을 참여시킬 계획이지만 참여 주체가 아무리 늘어나도 정부가 힘을 실어주지 않는 한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통상임금 문제는 노동계가 대화를 요구할 때는 무시하다가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방미 중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에게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통상임금 고용 등의 현안에 몰두해 있지만 이 문제들도 결국엔 노사관계 역량과 리더십이 있어야 풀 수 있다"며 "정부가 손해 보더라도 과감하게 타협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유럽식 대타협이 나오는 것이지, 이대로라면 노사정이 자기 주장만 하며 아무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