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언제죠?"
김시진 롯데 감독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대뜸 추석 연휴를 물었다. 구단 일정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뒤적이다가 취재진에 질문을 했다. 지난 시즌 경험 때문이다. 명절일수록 이동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법. 김 감독은 "지난해 넥센 시절, 추석 연휴 때 한화와 원정 경기를 했다. 대전으로 가는 데만 5시간30분 넘게 걸렸다"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버스 안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9-7로 승리했다. 4시간이 넘는 혈투, 29안타를 주고 받은 끝에 4연승을 달렸다. 오후 6시32분에 시작한 경기는 오후 10시48분이 돼서야 끝났다. 경기 후 부리나케 짐을 싸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해도 서울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었다. 두산은 17일 잠실 SK전에서 4-1로 승리하며 5연승을 이어갔지만, 18일엔 0-9로 맥없이 패했다. 지친 체력 탓이 컸다.
2연전은 '고난의 행군'으로 비유되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는 역시 체력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6일부터 2연전을 편성한 이후 9개 구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일 현재 2주 동안의 성적은 SK가 7승1무1패로 1위, 두산이 7승3패로 2위다. 그 뒤는 LG(8승4패)와 NC(5승1무4패), 롯데(5승1무6패) 순이다. 삼성(4승6패), 넥센(3승1무6패), 한화(3승6패), KIA(3승9패)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 각 구단들은 여러 번 많은 짐을 싸며 전국을 오갔다. 3연전 때는 일주일에 평균 한 차례 정도 원정 경기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KBO는 제 2의 구장인 포항, 군산, 청주 경기를 편성해 삼성, KIA, 한화 입장에서는 특별하게 홈 경기의 이점도 없었다.
9개 구단 중 이동 거리가 가장 많았던 구단은 롯데다. 지난 6~7일 부산 KIA전을 시작으로 잠실(LG전)-인천(SK)-잠실(두산)을 떠돌았다. 7일 경기 후 서울로 이동했고, 일주일 넘게 원정 경기를 한 뒤 15일 새벽이 돼서야 집으로 갔다. 부산 사직 구장에서 잠실구장까지의 거리는 약 385㎞. 5시간 가까이 버스에 있을 때가 많았고, 집 밥이 그리웠던 순간도 많았다.
KIA도 이동 시간이 많았다. 지난 2주 동안 부산(롯데)-창원(NC전)-광주(삼성전)-인천(SK전)-광주(두산)-군산(LG전)으로 이어지는 12연전을 치렀다. 역시 휴식 없이 12경기를 치는 LG의 이동 경로는 마산(NC전)-잠실(롯데전)-잠실(두산전)-대구(삼성전)-잠실(한화전)-군산(KIA전)이다. 삼성은 6~7일 경기가 없다가 대구(한화전)-광주(KIA전)-대구(LG전)-창원(NC전)-포항(넥센전)에서 4승6패를 기록했다.
가장 승률이 좋은 SK와 두산은 이동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SK는 청주(한화전)-목동(넥센전)-인천(롯데전)-인천(KIA전) 뒤 이틀 휴식을 취했고, 이후 17~18일 잠실로 이동해 두산과 1승1패를 기록했다. 두산은 15~16일 광주 KIA전을 빼면 지난 2주간 모두 잠실에서만 경기를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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