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부품업체인 한국정수공업에서 1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오희택(55)씨가 KT&G에서도 컨설팅비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돈이 정상적인 컨설팅비가 아니라 다른 명목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KT&G는 지난 5월 미얀마 담배공장 설립과 관련해 오씨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오씨는 미얀마 현지법인과 양해각서(MOU)와 본계약을 체결할 때 각각 1억원씩을 추가로 받고, 미얀마에 담배공장이 들어서면 성공보수를 별도로 받기로 계약했다.
오씨가 KT&G에서 컨설팅비를 수수한 과정은 그가 한국정수공업에서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방식과 유사하다. 오씨는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한국정수공업에서 컨설팅비를 수수하고 일부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는데, KT&G에서도 딸 명의로 세운 회사를 통해 수수료를 챙겼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컨설팅비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돈의 사용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오씨와 계약한 것은 맞지만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상적인 계약임을 강조했다.
미얀마 사업에는 여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A씨 소유 회사도 KT&G의 하도급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A씨는 "20년 지기인 오씨 소개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컨설팅 계약 과정에 불법성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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