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이 가림막 뒤에서 증언한 것을 두고 2시간여 동안 파행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쯤 청문회 시작과 함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 등이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얼굴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무 특성상 직원 신변 보호를 위해 가림막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 하면서 오전 내내 정회를 거듭, 증인 심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무틀에 흰색 천이 씌어진 가림막은 상체를 가리고도 남을 만큼 머리 위로 높게 쳐져 있어 국정원 측 증인 4명의 모습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고 오로지 실루엣으로만 확인이 가능했다. 신원확인 과정에서도 가림막 바깥으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이들은 손을 들어 출석 여부를 표시했다. 특히 가림막은 청문회장 왼편 별도의 입구에서부터 휠체어 경사로를 따라 설치돼 있어 증인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외부와 철저하게 통제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증언 조율 등) 짜고 치는 고스톱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정회 중에 가림막 내부를 직접 확인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차단막 안을 살펴보니 증인들이 휴대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갖고 마치 치외법권지역처럼 편하게 앉아있다. 자기들끼리 필담을 나누거나, 전화로 오더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차단막을 도려낼 것을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원동 전 국장 등이 지난 6월 정년 퇴직을 신청했지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퇴직 처리가 되지 않은 만큼, 현직 신분이라며 "억지 좀 부리지 말고 회의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는 오후 회의에 앞서 어깨 아래 상체가 보이도록 가림막 30cm를 제거하고, 여야 보좌진을 가림막 뒤로 배치시켜 증인의 상황을 감시하는 절충안에 겨우 합의했다. 여야의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말씨름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증인 심문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진행될 수 있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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