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경찰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교도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최소 36명을 살해했다.
이집트 경찰은 시위를 주도한 무슬림형제단 등 시위대를 18일 경찰 수송 차량에 태워 카이로 외곽 아부 자발 교도소로 이송하던 중 이들이 경찰 1명을 인질로 잡고 탈출을 시도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송 중이던 구금자 600여명은 카이로 람세스 광장 주변에서 시위하다 체포돼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무부는 차량 가운데 한 대에서 폭동이 일어나 최루탄을 쐈고 이에 구금자들이 질식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무부가 앞서 정체 불명의 무장 괴한들과 경찰이 총격을 주고 받았으며 이 와중에 구금자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총에 맞았다고 발표했다가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국영 매체들도 사건 직전 교도소 인근에서 경찰과 무장대원 간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관영 메나통신은 "무장 괴한들이 수송 차량을 공격했다"며 "외부에서 구금자 탈출을 도우려고 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사건을 '암살'로 규정하며 분개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인 쿠데타반대연합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는 수송 차량 창문 밖에서 날아든 총탄과 최루탄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우리를 겨냥한 냉혹한 살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집트 군부 실세인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이날 "군은 국가와 국민의 파멸, 국가를 방화하고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무르시 지지 세력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앞서 이집트 군경의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일 긴급 회의를 열어 이집트에 대한 경제 제재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과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은 "이집트의 폭력 사태를 즉각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EU는 이집트와의 관계를 긴급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태로 80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일단 데일리뉴스이집트는 독립기관인 경제사회적권리센터를 인용해 이번 충돌로 1,29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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