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정 증언을 마친 증인을 위증죄로 입건한 후 애초 증언을 뒤집는 진술을 다시 받아냈더라도 이를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나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 김모씨의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은 검찰이 1심 공판에서 증언을 마친 김씨를 위증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면서 작성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증거 제출을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소환해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무역업에 종사하던 나씨는 2009년 거래처 사장인 김씨가 부도를 내고 행방을 감추자 김씨 공장에 있던 지게차를 500m 떨어진 공터까지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피해자인 김씨는 "지게차를 가져가는 것을 승락했다"는 증언했고 나씨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를 위증 혐의로 입건해 1심 증언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인정해 나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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