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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 막판 희망의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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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 막판 희망의 스퍼트

입력
2013.08.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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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희망.

19일(이하 한국시간) 폐막한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받은 성적표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 16명(남14ㆍ여2)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남녀 마라톤, 남녀경보(20㎞ㆍ50㎞), 장대높이뛰기, 400m 계주 등 7개 종목에서다. 높은 세계의 벽을 감안할 때 그나마 결선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 종목들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마저도 '희망사항' 일뿐이었다.

한국 육상은 첫날부터 좌절했다. 여자마라톤 김성은(24ㆍ삼성전자)이 2시간48분46초의 기록으로 32위에 그친 것. 김성은은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7분20초)을 갈아치울 만큼 페이스가 좋아 이번 대회에서 적어도 16년 묵은 한국기록(2시간 26분 12초)경신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30도를 오르내린 모스크바의 폭염이 김성은의 발목을 붙잡았다.

남자마라톤도 더위에 녹아내렸다. 2시간10분이내 진입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성지훈(22ㆍ한체대)이 44위(2시간26분43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좌절은 계속됐다. 결선진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장대높이뛰기 진민섭(21ㆍ부산은행)이 예선탈락으로 충격을 던졌다. 진민섭은 5m40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40명 가운데 29위. 결선진출 13명의 '커트라인'이 5m55였다. 자신의 최고기록인 5m64만 유지했어도 결선 행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희망은 남자경보 김현섭(28ㆍ상무)이 내비쳤다. 김현섭은 20㎞ 결선에서 1시간22분50초의 기록으로 10위에 올랐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6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톱10이다. 메달 획득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선수가 연속 톱10에 오른 것은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1997년 8위ㆍ1999년 6위)이후 김현섭이 유일하다. 경보 선수가 7∼8명에 불과한 저변을 감안할 때 기적이나 다름없다. 김현섭은 "세계선수권에서 톱10도 해봤고,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 봤는데 아직 금메달이 없다"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현섭의 톱10을 제외하고 '빈손'으로 귀국행 짐을 쌀 무렵, 남자 400m 계주팀이 기록 갈증에 시원한 단비를 뿌렸다. 오경수(26ㆍ파주시청)-조규원(22ㆍ안양시청)-유민우(22ㆍ한국체대)-김국영(22ㆍ안양시청)으로 짜여진 계주팀은 18일 열린 계주 1회전에서 39초00의 한국기록을 작성했다. 2년3개월여 만에 한국 기록을 0.04초 단축했다.

비록 예선 탈락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일본(38초23), 중국(38초95)에 이어 3위다. 홍콩(39초10)과 대만(39초72)을 따돌리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록이다. 고무적인 것은 계주팀이 본격 호흡을 맞춘 기간이 두 달여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록 단축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육상인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금4ㆍ은3ㆍ동3)은 빨리 잊는 게 좋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백화점식 고른 성적은 불가능하다. 한국 대표종목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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