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국내선 주목 못받은 제구력모든 구종 스트라이크 능력… 메이저리그서도 드문 투수… 공 1개 빼 헛스윙 유도 위력② 완급 조절 능력투수들 위기에 몰릴 땐 자신있는 공으로 윽박질러류현진은 유인구로 요리… ML타자들엔 낯선 볼배합③ 위기 관리 능력병살 유도 21개 NL 3위… 10번의 만루위기서 피안타 0… 주자 있을 때 더 강해져
'괴물'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빅리그 첫 해부터 의미 있는 몇 가지 기록을 작성할 기세다. 19일 현재 성적은 12승3패, 2.91의 평균자책점을 올리면서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1위, 승률(0.800)은 내셔널리그(NL) 전체 1위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NL 공동 8위,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17/23)은 74%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공동 5위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지난해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세운 아시아 투수 첫 해 최다 승(16승) 기록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NL 다승왕도 노려볼 수 있다. 이날 현재 최다승 1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조던 짐머맨(14승6패)이다. 류현진 보다 1경기 많은 24경기에 등판해 3.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이 이 같은'판타스틱 루키 시즌'을 보내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는 토종 선수들은 첫 번째 이유로 '제구력'을 꼽고 있다.
지난해 다승왕 장원삼(삼성)은 "하루는 류현진이 커브를 결정구로 던지길래 나도 그날 등판에서 커브를 던졌다. 하지만 포수 마스크 위로 날아가더라"며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투수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공 1개 정도를 빼서(일부러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한화 시절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제구력이 메이저리그 진출한 뒤에야 빛을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완급 조절(강약 조절) 능력이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라르고(아주 느리게), 안단테(느리게), 모데라토(보통), 알레그로(빠르게). 비바체(아주 빠르게) 등을 모두 사용할 줄 안다. 이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아주 낯선 볼 배합이다.
류현진과 동고동락했던 김준기 한화 전력분석 차장은 "빅리그 투수들은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위기에 몰릴수록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윽박지르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류)현진이는 유인구를 던질 줄 안다. 강한 공을 던질 타이밍에 느린 공을 던지는 영리한 투수"라고 했다.
현재 국내 무대에도 조조 레이예스(SK) 쉐인 유먼(롯데) 등 류현진과 비슷한 구위를 가진 투수들이 꽤 있다. 하지만 완급 조절 능력만 놓고 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대부분의 스카우트는 "이 같은 능력 차이가 100억원의 몸값 차이를 결정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류현진이 가장 뛰어난 건 역시 탁월한 병살 유도 능력이다. 바꿔 말하면 위기 관리 능력이다. 이날 현재 NL 병살 1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아담 웨인 라이트(27개), 류현진은 21개로 3위다. '한국산 괴물'은 위기 때 마다 노련한 볼 배합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잡았다. 10번의 만루에서는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와인드업 보다 퀵모션 때, 주자가 없을 때 보다 있을 때 더 강했다.
김 차장은 "와인드업(투구판 뒤로 발을 빼서 힘을 모은 뒤 공을 던짐) 때와 퀵모션(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빠른 동작으로 던짐) 때의 스피드 차이가 별로 없다. 직구가 꾸준히 92마일(약148㎞) 이상은 나온다"며 "무엇보다 슬라이드 스텝 속도가 아주 빠르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주자가 있을 때도 다리를 드는 순간 일정 시간 멈추는데 (류)현진이는 그런 동작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 공을 던질지 몰라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오승환(삼성)이 반 박자 느린 퀵모션(주자가 있을 때도 왼 다리를 한번 멈췄다가 내림)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면 류현진은 반대로 반 박자 빠른 퀵모션으로 땅볼 타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차장은 "정신적으로 강한 것도 큰 작용을 한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20일 오전 8시10분(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3승에 도전한다. 시즌 24번째 선발 등판에서 또 다른 NL 신인왕 후보인 호세 페르난데스(21)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만약 류현진이 이날 승리투수가 되면 다저스 신인 최다 연승(7연승)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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