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요청하며 개입에 나섰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두 번째 개입으로, 정부의 노사관계 문제 '외면'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민주노총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지난 8일 고용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4번째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해 노조의 권리가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제노총(ITUC)의 서신을 접수했다"며 "귀 정부가 피력하고자 하는 의견이나 정보가 있으면 조속히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신은 이어 "비공식 개입(informal interventions)에 대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귀 정부의 입장은 관련 단체에 적절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입은 지난 3일 국제노총과 민주노총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긴급한 노동기본권 침해 사안이 터졌을 때는 1년에 3번 열리는 ILO 이사회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ILO에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국제노총이 개입을 요청한 지 5일 만에 ILO가 우리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는 것은 ILO가 이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ILO는 지난 3월 고용부가 해직교사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 설립신고 취소를 고려했을 때도 서한을 보냈다. 류 국장은 "출범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벌써 두 번째 긴급 개입"이라며 "ILO 이사회가 지난해 3월 우리 정부에'해직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법 조항을 폐기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고 또 다시 전공노 설립을 반려한 것을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추가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근섭 고용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이번 서한을 두고 개입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노동계에서 의견이 들어왔으므로 정부의 의견을 듣기 위한 '의견 조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LO가 어떤 조치를 요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개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공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 불미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내부 규약 때문에 이명박 정부 때 노조 설립 신고를 3차례나 반려 당했던 전공노는 이번 정부 들어 고용부와 협의를 거쳐 규약을 개정, 합법적 노조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지난 2일 또 다시 설립 신고를 반려했고, 전공노는 "6월부터 고용부와 수 차례 규약을 검토한 끝에 노조 합법화에 합의했는데 고용부가 괜한 트집을 잡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고용부의 '돌변'은 권력 상층부에 전공노 합법화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사관계를 방치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현 정부는 고용률,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고용 관련 현안에만 집중할 뿐 쌓여있는 노사관계는 나서서 풀지 않고 그저 현상 유지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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