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최장 777일이나 허위 입원해 병원에서 생활한 5남매 등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8년이나 이어진 이들의 사기행각 뒤에는 현직 의사가 있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19일 표모(63)씨 5남매와 표씨의 남편(70) 등 일가족 6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병원장 허모(53)씨를 사기방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표씨 일가족은 2004년 8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철원군과 경기 포천ㆍ남양주시에서 병원에 허위 또는 과다 입원해 보험금 8억2,000여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5남매는 운전기사와 자영업 등 본업을 접고 사기행각을 통해 받은 병원비와 치료비, 건강생활급여금 등으로 병원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때로 빚쟁이의 독촉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 허위로 입원하기도 했다.
일가족 사기 행각의 브레인 역할은 보험모집인으로 7년 동안 일한 막내 여동생(42)이 맡았다. 이들은 막내 여동생의 지시에 따라 간질환, 당뇨, 심장질환 등으로 병명을 바꿔가며 90일에서 최장 777일까지 입원했다. 같은 질병으로 병원에 다시 입원해 보험금을 타려면 최소 180일이 지나야 하지만 병명을 바꾸면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보험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병원장 허씨는 이들이 병세를 과장하는 것을 알면서도 공모해 입원을 도왔고 진료기록도 보관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진 병원생활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들의 건강은 진짜 환자보다 더 아픈 곳이 많을 정도로 악화했다"면서 "특히 넷째는 지난해 11월 남양주의 한 병원에서 '가짜 환자'로 판명 받아 강제퇴원 당한 후 홧김에 만취해 자신의 차 안에서 자다가 동사하는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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