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런던 올림픽 개막으로 환호하던 지난해 7월 27일, 세계인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을 몰랐다. 36년 전 발사된 보이저 1호가 우주 탐사선 최초로 태양계 밖으로 뛰어든 날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1977년 발사돼 목성과 토성 주변을 탐사한 보이저 1호는 외계인에게 전하는 지구의 모습과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디스크를 가지고 있다.
NASA의 계산은 틀렸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연구진은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이미 1년 전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경계면을 뚫고 성간(星間) 우주로 들어선 것으로 계산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연구 결과는 보이저호를 발사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추정을 뒤엎은 것으로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NASA는 지난해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끝에 다다랐지만 아직 경계지대에 있으며 늦어도 2016년 태양계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NASA의 추정은 자기장에 대한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NASA는 보이저 1호에서 태양권 입자가 아닌 외부 은하 입자들이 감지되고 있지만, 자기장은 여전히 태양권 방향에서 오고 있어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방향이 다른 자기장이 충돌했을 때 자기장이 끊기고 재결합해 새로운 연결이 생겨난다"며 "태양권 자기장과 성간 우주 자기장이 독립되고 불안정한 '자기 섬'들을 만들어 내고 자기장의 방향이 바뀌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권 밖으로 나갔으나 태양권 방향의 자기장이 여전히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버클리대학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10만번의 데이터 처리를 거쳐 이런 결론을 얻었다며 "NASA는 '자기장 재결합'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자기장 방향에 얽매어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보이저 1호가 감지한 태양권 생성 입자가 영구히 줄어들고 외부 은하 우주선(線)은 늘어난 기점인 '2012년 7월 27일'을 태양권을 벗어난 날로 규정했다.
NASA는 "보이저 1호가 지금까지 탐사선이 접해본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보이저호의 역할은
무인 외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보이저 2호(8월 20일 발사)보다 보름 늦게 발사됐는데도 '1호'라는 명칭을 얻었다. 2호보다 더 빨리 우주를 탐험하도록 설계돼 현재 지구에서 180억㎞ 거리에 있다. 2호는 150억㎞ 거리에 있다. 1977년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175년 만에 거의 일직선으로 정렬해 '우주 대탐험'에 나서기에 최적의 해였다. 보이저 1호는 1979, 80년 각각 목성과 토성을 근접 통과했고 2호는 1979~89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근접 통과했다. 1호는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사진을 보냈고 2호는 해왕성의 여러 위성을 발견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 보이저 1호의 수명은 애초 20년으로 예상됐으나 플루토늄 배터리를 이용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수명 예측은 이제 2025년 혹은 2030년까지 늘어났다. 그때까지 지구로 보내올 최초의 태양계 밖 탐사 자료에 대한 기대는 벌써 천문학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메릴랜드대 마크 스위스닥 박사는 "성간 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ASA의 에드워드 스톤 박사는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난다면 인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보이저호는 수십억년 후 태양이 적색거성이 돼 지구를 삼킬 때에도, 연료 없이 우주 저 너머를 여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저 1호에는 금도금 된 12인치 구리 디스크가 들어 있다. 55개 언어로 전하는 인사말, 천둥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 지구 명소를 담은 115개의 이미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쿠르트 발트하임 전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도 들어있다. 스톤 박사의 말대로 수십억년 후 지구가 사라진 뒤라도 외계의 누군가가 보이저 1호를 발견한다면 지구의 유산은 우주에 전해지는 셈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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