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과도정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목하고 탄압에 나섰다. 인근 이슬람 국가 등에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근본주의 단체로 지난해 무르시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이집트 집권세력이 된 무슬림형제단은 이제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집트 내각은 16일 성명에서 "군경과 국민이 무슬림형제단의 잔인한 테러 계획에 맞서고 있다"며 "무슬림형제단 소속 일부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전선당 등 세속주의 세력은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단체 공식 지정과 불법단체 지정을 과도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에서 불법단체로 지정돼 어려운 시기를 보낸 60여년 전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과도정부의 의도적인 탄압에 비폭력 투쟁을 고수하던 무슬림형제단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무슬림형제단의 비폭력 투쟁이 점차 폭력 투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 반나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운영되는 국가 건설을 목표로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됐다. 이후 1952년 이집트 군부가 부패한 파루크 왕조를 뒤엎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것에 반대해 1954년 군부 실세인 가말 압둘 나셰르를 암살하려다 실패하면서 불법단체로 지정돼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무슬림형제단은 1981년 호스니 무바라크의 집권과 함께 일정 수준의 정치 활동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폭력투쟁을 포기하면서 불법단체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그러나 폭력투쟁 포기는 현재 알카에다 수장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 등 일부 강경파의 집단적인 조직 이탈을 불렀고 이는 알카에다 결성으로 이어졌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자 자유정의당을 창당했으며 지난해에는 무르시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현재 이집트를 비롯해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시리아 등에서도 세력을 키우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급격한 세력 약화가 예상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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