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을 강제 징용해 고된 노역을 시켰던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지만 강제징용 피해배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18일 신일철주금의 한 간부가 "거래처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확정판결을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10일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 1억원씩 총 4억원을 지급하라"고 첫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다. 신일철주금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신일철주금은 확정 판결에 근거해 한국 내 자산과 매출채권이 압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배상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포스코 주식의 약 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의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판결확정이나 자산압류 후의 대응에 관해 가정해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일철주금의 입장은 한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미쓰비시(三菱)중공업, 후지코시(不二越) 등 다른 일본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신일철주금처럼 한국내 자산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부산고법은 지난달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의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징용 피해자 1인당 8,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해 5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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