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의 여름 가뭄이 심상치 않다. 마른 장마에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섬 지역엔 지하수까지 바짝 마르면서 식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이달 하순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채소를 비롯한 밭작물의 피해도 우려된다.
전남도는 18일 올해 7~8월 강수량이 320.8mm로 평년 599.7mm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도내 일선 시ㆍ군과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 중인 저수지 3,219개소의 평균 저수율도 이날 현재 60.3%로 평년의 76%와 비교해 16% 포인트 낮다. 나주호와 장성호, 담양호, 광주호 등 영산강 유역 4대호 저수율은 52.7%로 절반을 겨우 웃돌고 있다. 평년 70.6%와 비교하면 거의 20% 포인트 낮다. 전국 다른 시도의 평균(74%)과 비교해도 14% 포인트 낮은데다 9개 도(道)지역 중 가장 낮다. 올해 들어 전남지역 누계 강수량도 777mm로 작년 (977mm)과 평년(1,045mm)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도와 해남 등 전남 서남해안 지역에서 출하를 앞둔 대파는 잎이 말라 비틀어지는 등 수확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수확이 늦은 고추 등 일부 밭작물도 잎이 타들어 가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벼도 이삭이 본격적으로 팰 시기로 충분한 양의 물이 필요하지만 물대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본밭에 옮겨 심은 양배추 등은 물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지 않는 등 농가의 걱정이 크다.
진도와 해남 등 밭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긴급 관정을 파거나 스프링클러, 양수기 등을 동원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쓰는 섬 지역의 식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신안군 도초면 동서우이도, 하의면 문병도, 신의면 고사도ㆍ평사도ㆍ기도 등 3개면 5개 도서 주민 108명은 식수 부족으로 최근 군으로부터 1.8리터짜리 생수 2,500병을 공급받았다. 완도군 군외면 서화도와 동화도 주민 50여명에게도 생수 500여병이 지원됐다.
신안군 관계자는 "최근 두 달 가까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일부 섬 지역엔 식수로 쓰고 있는 지하수가 바닥이 나 식수난을 겪고 있다"며 "비상 급수 지역에 대해서는 급수선과 행정선, 소방차 등으로 생활용수를 공급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병해충과 가축 폐사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도내 벼 논에 벼물바구미와 벼잎굴파리류는 지난해는 물론 평년과도 비교해도 훨씬 더 많이 발생했다. 벼물바구미는 순천과 영광, 곡성 등에서 올해 1,675ha에서 발생, 전년(541ha)과 평년(617ha)의 3.1배와 2.7배에 달했다. 벼잎굴파리류는 발생면적이 844ha로 지난해(955ha)와는 비슷하고 평년(484ha)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세균이나 곰팡이병인 도열병과 잎짚무늬마름병 등은 고온에 발생면적이 줄었으나 해충류는 크게 늘었다.
가축 폐사도 잇따라 현재까지 영광과 순천 등 도내 8개 시ㆍ군에서 닭 6만7,300여 마리를 비롯해 오리 9,700여 마리, 돼지 114마리 등 모두 7만7,100여 마리가 떼죽음했다. 더위가 지속하면서 가금류에 비해 비교적 더위에 강한 돼지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단열재 부착, 환기 등으로 축사 내 온도 상승을 막도록 홍보하고 가축 피해예방 현장기술지원단도 운용하고 있다"며 "폐사 지원기준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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