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수준 일자리는 넘쳐 나는데도, 처우 좋은 고급 직종만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올 상반기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이 사상 최초로 70% 아래로 떨어졌다. 1980~90년대 산업화 시대 핵심 근로계층이었으며, 2005년까지 만해도 75%에 달했던 이 계층의 고용률이 60%대로 떨어진 건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2013년 상반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 20~29세 남성 중 취업자는 전체 인구(172만5,000명)의 69.6%인 120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71.0%)보다 1.4%포인트나 하락한 것인데, 같은 기간 부모 세대(60대) 고용률은 0.8%포인트(36.4%→37.2%)나 높아졌다.
20대 고용률 급감은 이 연령대 노동시장의 수요ㆍ공급 괴리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5만명에 달하는 20대 남성 중 한 번도 직장을 다녀보지 않은 채 미취업 상태로 남아 있는 비율이 6.2%(19만명)에 달한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3.8%에 불과했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직장에서 은퇴한 50, 60대 장년층은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 적극 뛰어 들고 있는 반면, 20대 청년층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연령층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ㆍ공급 괴리가 확대되면서 청년 고용률도 이웃 일본의 3분의 2 수준까지 내려가는 등 국제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15~24세) 고용률은 일본(39.6%), 미국(46%), 독일(4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 상태다. 특히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이 답보 상태에 머문 것과는 달리,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2010년 상반기(38.6%) 이후 해당 비율이 1%포인트나 높아졌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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