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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8월 17일] 농촌은 또 다른 교육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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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8월 17일] 농촌은 또 다른 교육의 현장

입력
2013.08.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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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학도, 휴가시즌도 거의 다 끝나간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때만큼은 누구나 잠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어디론가 떠나고픈 욕구에 들썩들썩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간을 멋지게 보낸 사람은 그 기운으로 또 남은 시간을 버틸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쉬움을 달래며 언제 올지 모를 다음을 기대할 것이다. 농촌에 살다보면 마을에 방문객이 제일 북적거리는 시기도 이 때다. 타는 듯한 땡볕에 도로는 한없이 밀리고 마을도 농사에 한창 바쁠 때 사람들을 맞이하다 보면, 마음 같아서는 그 시기가 좀 골고루 분산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으로 이 시기에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어릴 적 할머니 댁으로 내려가서, 또는 부모님의 휴가에 맞추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가 자연을 접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특별한 계획이 없이도 그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신나는 계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주마간산 식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 어디선가 진득하니 여장을 풀고 머물면서 평소 하고 싶던 일을 집중적으로 해 보는 여가의 경향이 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제는 시설이나 풍광 못지않게 힐링이다 재충전이다 하여 다소 교육적이고 체험적인 요소가 필요해졌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는 잠시 학교와 공부에서 해방되어 평소 해보지 못한 것을 체험해 보는 것이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요즘은 방학도 예전 같지 않아 무척 바쁘다고는 하나 그래도 학교나 전문기관 또는 종교단체에서 마련하는 각종 캠프나 수련회는 여전히 인기가 있으며 그 내용과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행사도 전문적인 콘텐츠와 체계적인 운영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물론 일부 지나친 상업화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드러나고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애초의 목적과 취지는 바람직한 것이니 선용하면 좋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농촌 특유의 생태적 환경에 음악 연극 미술 무용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면 도시의 학교나 환경에서와는 달리 인성과 감성을 키우는 교육장으로 훌륭하다. 아이들은 이런 청정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건강한 심신을 기르고, 공동 작업을 통해 협동심도 키우며,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양한 역할을 통해 책임감과 배려심도 배울 수 있다. 마을의 풍습이나 전통 또는 인정을 접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아울러 마을이나 지역의 예술강사나 청소년지도사, 체험사 또는 해설사 등의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되고 공동체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

필자가 있는 스튜디오에서도 마을의 학생들을 위해 매해 방학이면 예술캠프를 열어 왔다. 국악과 밴드 놀이 문학 미술 영상 연극 아카펠라 디자인까지 장르을 달리하여 주제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체험해 보게 한다. 이런 캠프에서는 기량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강사와의 만남으로 직업의 세계도 미리 접해보고, 틈틈이 자연에서 놀기도 하며 마을의 음식도 맛보고, 마지막 날에는 열심히 준비한 내용으로 주민들을 초청해 공연이나 전시도 하니 모두 즐겁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도시의 학교에도 소문이 퍼져 학생들을 보낼 테니 같은 내용으로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

농촌의 장점인 생태적 환경에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교육적 요소를 강화한 후 학교와 농촌이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이런 캠프나 연수가 계절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중 이어지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면 마을이 이미 조성해 놓은 시설이나 체험 프로그램 또는 인력 활용에도 도움을 주고 농촌의 소득증대나 도농교류에 일자리 창출까지도 도움이 된다. 즉 문화와 교육 그리고 관광이 전략적으로 결합하여 농촌에서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이른바 6차 산업이나 창조경제가 슬로건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ㆍ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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