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이집트 군부의 유혈 시위 진압이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세속주의 정치계를 갈라놓았다. 과도정부 총리인 하젬 엘베블라위가 유혈 진압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긴장을 높인 반면 노벨상 수상자로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피 한 방울이라도 책임질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사임했다.
엘베블라위 총리는 14일 밤(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정부는 무정부 상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진압을 명령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일부 활동가가 정부를 전복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은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발포가 시위대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엘베블라위 총리는 사망자에게 애도하고 "우리는 국가를 다시 세우기를 희망한다"고 했으나 CNN방송은 "과도정부가 긴긴 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시절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엘바라데이는 "과도정부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고 피 한 방울도 책임질 결정을 할 수는 없다"며 사임했다. 엘바라데이는 군부가 축출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정권을 비판해온 대표적인 세속주의 지도자로서, 과도정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신은 "그의 사임이 이집트 정계에 정치적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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