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담배를 피워도 폐결핵을 앓았던 사람은 폐암에 걸릴 확률이 2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폐결핵을 앓은 경우 그 위험이 배가되는 것이어서 집중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울에 거주하는 남성 흡연자 7,009명을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폐결핵 병력이 있는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흡연자에 비해 1.85배 높았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은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우리나라 전체 흡연자 가운데 결핵 병력을 가진 사람은 10%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의 모집단은 연령별 인구 분포의 축소판으로 구성했는데, 이 가운데 결핵 병력이 있는 사람은 9.3%였다.
흡연자 중에도 페결핵을 앓은 사람들이 폐암 고위험군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남성 흡연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26%)보다 훨씬 높아 40%를 넘고, 결핵 환자도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결핵 발생률은 OECD 1위다. 2011년 한 해 새로 결핵에 걸린 환자 수(발생률)는 10만명 당 100명으로 OECD 평균(12.7명)의 8배가 넘는다. 2005년 이후 매년 3만 5,000여명이 결핵으로 신고되고 있으며, 전 국민의 3분의 1인 1,500만명이 잠복결핵 감염자로 추정된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해 폐암 조기 발견과 예방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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