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미국인을 무례하다(rude)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에 가서도 ‘Where is the bathroom?’이라고 묻는 것은 미국인뿐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틀린 표현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직설적이어서, 일반적으로 ‘Where is the toilet?’이나 ‘Where is the restroom?’ 같은 문장을 쓴다. ‘The Americans are polite by telling the truth’(미국인들은 솔직한 것이 예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Excuse me. Could you tell me where I can find a restroom?’이라고 말한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영어 좀 하는 사람이라면 운치 있고 매너 있게 말하는 데 관심이 간다. 같은 말도 듣기 좋게 말하는 것이 일차적인 ‘polite English’의 시도일 것이다. 미국 언론이 과거 아버지 Bush 대통령의 First Lady였던 Babara Bush를 일컬으며 ‘She was a plump, full-figured lady’라고 묘사한 것은 일종의 배려였다. 뚱뚱한(fat) 사람이라는 말 대신 복스러운(plump), 안정감 있는(full-figured), 어머니 같은(matronly) 등의 단어로 묘사한 것이다.
즉 특별한 경어법(honorific)이 아니라 낱말의 선택만 잘 해도 정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셈이다. Would, could, might 등을 쓴다고 반드시 모든 문장이 정중해 지는 것도 아니다. ‘Would you tell me your name?’보다는 ‘May I have your name?’이 더 정중한 이유는 그 내용과 어감 때문이다. 전자가 ‘이름 좀 말해 주시겠습니까?’이고 후자가 ‘성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의 뜻인데 어느 것이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말뜻이 사려 깊은 것이라면 그 자체가 예절이다. 우리말처럼 ‘나’ 대신 ‘저’, ‘우리’ 대신 ‘저희’를 사용하는 표현법이 영어에는 없지만, 영어에서는 과거형 시제를 활용함으로써 예절을 표하는 방법도 있다. 그냥 ‘Give me some tea’보다는 ‘I wonder if you COULD give me some tea’가 낫다. ‘I want to talk to you’보다는 ‘I was hoping to talk to you’가 기분 좋게 들린다. ‘Do you understand?’보다는 ‘Am I clear?’가 더 예절 바르고 듣기 좋은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의 설명이 옳고 분명하다고 다그치는 말이 ‘Understand?’라면, ‘Am I clear (on this)?’는 자신의 설명이 미흡할지도 모르겠는데 이해했는지 걱정하는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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