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운의 기미와 전조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아니,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부적처럼 몸에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상서로움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므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극성스러운 게 아니면 누구도 시비 걸 수는 없으리라.
나의 경우 아침 출근길에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리면 나는 모 오피스텔 지하상가의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나오는 길을 택한다. 이 루트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인데, 안국역에서 우리 회사까지 오는 길 중에서 가장 가깝고 편리한 길이다. 그런데 어쨌거나 출근시에 이용하는 길이어서 무미건조한 길에 불과하다.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사무실이 바로 내가 출근 길로 이용하는 오피스텔 지하상가에 입주해 있는 것을 보았다. 은 '몸시'로 유명한 시인 정진규 선생님이 발행인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월간 시전문지다. 1966년에 창간됐으니, 근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 중요한 시전문지를 내는 사무실을 나는 매일매일 출근길에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출근길에 사무실을 스치듯 지나쳐 온 것이 오늘 하루의 운을 결정하는 어떤 전조처럼 생각됐다는 거다.
김도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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