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기생산 판매 요금산정에 관여하면서 입장은 약간씩 다른 이들조차 똑같이 말하는 소리가 있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
너무 싸다면 올려야 한다. 그러나 진짜로 너무 싼지, 왜 싼지는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면 부담하겠다. 그런데 지금 전력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구조는 소비자들만 가격인상을 떠맡기엔 억울하다. 중간에서 돈이 줄줄이 새는데 왜 소비자가 봉이 되어야 하는가.
전기는 한전의 6개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민자발전)가 주로 생산한다. 한전의 자회사는 발전설비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화력발전소들을 지역에 따라 나눈 5개 회사가 있다. 민자회사들은 천연액화가스(LNG)를 이용해서 가장 비싸게 전기를 생산한다.
전국 전력의 90% 정도를 한전 자회사가 맡고 민자발전이 나머지를 맡는다. 한수원의 잇딴 부품 비리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원전) 가동 중단으로 민자발전 비율이 올해는 15%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원전이 23기가 있는데 올 5월에는 무려 11기가 가동을 중단했고 지금은 5기(21.7%)가 쉬고 있다.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전력이 모자라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민자회사에서 만드는 가장 비싼 전기를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더 올라간다. 전기는 가장 싼 값으로 생산한 전기부터 사오되 가장 비싸게 생산한 가격을 쳐준다. 민자발전소가 생산비용을 올리면 올릴수록 전반적인 전기단가는 높아진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사고를 쳐서 싼 전기를 못 만들수록 전기 생산원가는 올라간다.
옛날에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도 하고 판매도 했다. 수익이 나는 걸로 손해를 메울 수 있었다. 그런데 2001년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한다'는 빌미로 이 체제를 무너뜨렸다. 한전의 발전소들을 자회사로 쪼개서 생산은 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이 하고 그걸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이 사서 판매(공급)를 한다. 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은 전기를 손해보고 팔지 않는다. 수익을 톡톡히 내면서 판다. 한수원의 2011년 순익이 622억원이었다. 한전 자회사들은 공기업이라 순익을 많이 내면 성과급까지 받는다. 민자발전의 수익은 상상 이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케이이앤에스는 작년 순익이 무려 6,097억원이다. 포스코에너지는1,818억원, 지에스파워도 797억원이나 됐다. 민자발전의 이런 순익은 대부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갔다. 전력산업에 재투자되지 않았다. 산업에 재투자되지 않는 돈이 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리 없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면 발전회사들의 수익을 채워주려고 소비자들더러 돈을 더 내라는 말이다.
게다가 중간에 한국전력거래소가 있다. 전력을 사고 팔기 위해서는 시장이 필요해서 만들었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그러나 전력거래소가 없어도 된다. 유일한 공급선인 한전이 맡으면 된다. 모든 거래에 시장이 존재한다면 통신이나 전파거래소는 왜 없는가. 한국전력거래소는 3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의 평균연봉이 작년 기준 8,945만원이었다. 원전에 대한 인식이 낮을 때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한국원자력문화재단도 아직 남아있다. 이들이 홍보에 쓰는 돈만도 매년 100억원대에 이른다. 이 돈 역시 전기요금에서 추렴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온다.
전기요금에 대해 가정용이 비싸다, 산업용이 싸다, 농업용은 너무 싸다, 가정용은 누진제가 있는데 산업용은 없다, 이런 말도 맞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기가 한전에 도달하기까지 생산업체와 거래소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그래 놓고 소비자들에게는 한전이 사들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비용 차이만 강조하면서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고 한다.
한전 자회사들의 비리 때문에 원전 발전이 확 줄어도 생산업체가 국가적 손해를 책임지는 법도 없다. 원전이 멈추면 민자회사만 신이 나는데 막을 길도 없다. 이런 게 요즘 찜통 더위를 억지로 이겨야 하는 전력난의 근본원인인데 전기가 싸니까 막 쓴다고 애꿎은 소비자만 들들 볶는다. 전력난만 터지면 자동으로 붙는 전기요금 인상안, 생산에서 공급까지 낭비되는 비용부터 근본적으로 없앤 후 소비자에게 요구하기 바란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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